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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민 Jul 02. 2021

솔개와 까치

- 함양군의 옛이야기 3 <옛이야기 속으로>

솔개가 배가 고파서 두리번거리다 보니 나무 위에 까치가 새끼를 쳐서 먹음직하게 커 있었다. 그런데 그 새끼들을 잡아먹으려면 어미까치를 멀리 보내야 하겠는데 까치는 솔개가 있으니 제 새끼를 잡아먹힐까 염려하여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좀처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솔개가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서 까치더러 너 왜 배고픈데 먹이 잡으러 안 가니? 새끼들도 배가 고플 텐데 먹이를 물어다 주어야 하니까 까치가 내가 먹이 찾으러 가면 내 새끼를 잡아먹으려고 그러지? 하니까 솔개가 나를 봐. 내가 살아있는 나뭇가지에 앉으면 내 발톱에 나무가 찍혀 죽을까봐 죽은 나뭇가지에만 앉는데 네가 키우는 새끼를 어떻게 잡아먹겠느냐 하였다. 그래도 까치는 의심이 나서 제 새끼를 떠나지 않고 지키고 있었다.


솔개가 퍼드득 날아서 나무 아래 땅에 잔디가 말라 있는데 거기에 앉아서 마른 잔디를 우두둑우두둑 뜯어먹고 있었다. 까치가 왜 마른 잔디를 뜯어먹느냐고 물으니까 솔개란 놈이 나는 살생을 싫어해서 죽은 것만 먹지 살아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고 하면서 자꾸만 잔디를 뜯어먹었다. 까치가 생각하니 그럴듯해서 그러면 내 새끼들 좀 잘 지켜 달라고 부탁하자 솔개는 걱정 말고 다녀오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까치가 저도 배가 고프고 새끼들도 먹여야 하기에 저만치 날아가서 돌아보니 솔개가 마른 잔디만 뜯고 있었다. 또 저 만치 더 멀리 가서 다시 돌아보니 솔개가 마른 나뭇가지에 앉아 눈을 지그시 감고 졸고 있었다. 까치는 믿음직한 생각이 들어 멀리 가서 먹이를 흠뻑 주워 먹었다. 그리고 새끼를 먹이기 위해 먹이를 물고 둥지로 날아왔다.


솔개는 까치새끼를 다 잡아먹고 입에 묻은 까치새끼 피를 싹싹 닦고 있었다. 까치는 질색을 하고 왜 안 잡아먹는다더니 다 잡아먹었느냐고 항의하자 솔개가 말하기를 내가 안 잡아먹으려고 했는데 네가 간 뒤에 바람이 세게 불어와서 내가 앉아있는 죽은 나뭇가지가 부러져서 나와 함께 까치집을 덮쳐서 네 새끼가 다 나뭇가지에 맞아서 죽어버렸어.


살아있을 때는 내가 안 잡아먹으려고 맹세를 했는데 죽은 가지에 맞아 네 새끼가 다 죽어있는데 털이 보송보송하게 통통하게 살이 쪄서 먹음직하게 보였어. 산 것은 안 먹지만 죽어있으니까 견물생심이라 먹고 싶어서 내가 싹 주워 먹었어. 나한테 욕을 하지 말라 하면서 푸드득 날아가 버렸다.(함양군 마천면)


출처 : 함양군사편찬위원회, 함양군사(3권), 대일윤전인쇄, 2012, 372~3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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