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흐르는 정

(2026년 3월 16일)

by 해송

어머니는 늘 한숨을 내쉬셨다.

걱정 있으시냐 물으면

아니라고 고개 저으셨다.


아버지는 애연가이셨다.

담배연기 속으로

말 못한 시름을 날려 보내시곤 했다.


맨몸으로 떠나온 길

한숨과 시름이 긴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온다.


고향집은

구름 위에 떠 있다.


나는 파랑새를 잡으러

길을 나섰다.


비바람 폭풍우 지나

구름 뒤로 고개 내민 태양이

낯선 거미줄 구멍 사이에

걸려있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훌쩍 떠나

어제와 오늘, 내일을 걷다 보면

어느 방랑자의 발자국도

결국 같은 먼지 위에 남는다.


맨몸으로 태어나

걸친 옷 한 벌에도

거저 감사하는 마음이다.


정은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모정은 애틋하고,

부정은 묵직하다.


형제의 정은

꺼진 숯불 위 군밤처럼

익다 말고,


친구의 우정은

세월 속에서

천천히 농익어 간다.


서울이 텅 빈 한낮

허허로움에 몸부림치던 열정도

세월의 그림자 속에 묻혀

무심한 정으로 남았다.


이야기가 쌓인 길 위에는

시나브로

장독대에서 피어나는 따스한 정이

조용히 흐른다.

20251014_085317.jpg
20251014_074510.jpg
20260313_175802.jpg


작가의 이전글선물로 받은 장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