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로 받은 장난감

(2026년 3월 8일)

by 해송

재작년 12월 중순, 예정에 없던 아내의 갑작스러운 무릎 수술로, 베트남으로의 복귀가 미뤄졌다.

아내는 수술 후 나흘간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 집에서 물리치료기를 이용해 재활치료를 하며 회복기를 보내고 있었다.


퇴원한 다음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아들과 딸이 내게 선물 하나를 내밀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내가 언젠가 지나가듯 말했던 ‘드론’을 기억해 두었다가 두 아이가 함께 준비한 것이었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딸이 한국에 들어오기 전 미국에서 사 온 것이었다.


드론은 나의 위시리스트 가운데 하나였다.

재작년 바르셀로나에서 요트를 직접 운전해 본 이후, 두 번째로 위시리스트에 있던 것을 선물로 받은 셈이었다.

아이들이 태어나 준 것 다음으로, 아들과 딸에게서 받은 가장 큰 선물처럼 느껴졌다. 나는 나도 모르게 덩실덩실 춤을 추며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 무렵 나는 아내의 전담 간호사이자 요리사로 한 달 남짓 정신없이 지내고 있었다. 해가 바뀌는 것도 모를 정도였다. 드론은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작년 1월 중순 어느 날, 아내의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그동안 소중히 보관해 두었던 드론 선물 상자를 드디어 열어 보았다. 상자를 여는 순간, 마치 작은 헬리콥터 한 대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기계치인 내게는, 부품 하나하나가 신기한 물건처럼 느껴졌다. 조심스럽게 날개를 펼쳐보고, 배터리를 충전하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설렜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드론에 들어가는 칩을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유튜브를 통해 DJI Mini 4K 조작법도 하나씩 익혀 보기 시작했다.


하늘 높이 드론을 띄워 사진과 영상으로 멋진 풍경을 담아내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묘한 희열이 느껴졌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진다는 일기예보마저 아쉬웠다.

새로 생긴 나의 장난감, 드론과 함께할 시간이 기대되었다.


2월로 접어들자 우리 부부가 다시 호찌민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베트남 동나이성 다이픅 섬에 있는 우리 집 근처 넓은 공터에서 드론을 날릴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떴다.

‘베트남에 가면 마음껏 날려 봐야지.’


그런데,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베트남에서는 드론 사용 규제가 꽤 까다롭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공항 입국 신고는 물론, 드론을 띄울 때마다 관할 인민위원회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드론을 한국에 두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 후 한국에 남아 있던 아들이 내 드론을 슬그머니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부터는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이 가족 단체 채팅방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쉬는 날 아들 부부가 바깥에 나가 재미 삼아 한두 번 날려보는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채팅방에 올라오는 드론 영상이 점점 많아졌다.

부산의 아름다운 해안선이나 산 정상에서 촬영한 장면 등 종류도 다양해졌고, 영상의 수준도 점점 좋아지는 듯했다.

영상 통화를 할 때마다 아들이 드론에 푹 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별다른 취미가 없던 아들에게 드론 촬영은 어느새 가장 즐거운 취미가 되어 있었다.


거의 1년 동안 아들은 자연스럽게 내 드론을 들고 다녔다.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카카오톡으로 보내며 솜씨를 자랑하기도 했다.

가끔은 찰떡궁합인 며느리가 촬영한 영상도 함께 보내왔다.

“우리 드론 언제 돌려줄 거니?” 아내가 장난스럽게 물으면 아들은 그저 웃으며 넘기곤 했다.


올해도 2월 말 호찌민으로 돌아갈 예정이어서 한동안 한국에 머물러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는 아들 부부와 함께 부산 근교의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다녔다.

장림 포구 부네치아, 다대포, 회동 수원지…. 어디를 가든 아들의 손에는 늘 드론이 들려 있었다.


올해 2월 17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되었다.

해질 무렵, 우리는 해운대 영화의 거리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아들 부부는 광안대교 뒤편으로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바닷가 풍경을 드론에 담고 있었다.

잠시 후 돌아와 보니, 아들 부부가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드론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잠시 뒤 발견된 드론은 인근 아파트 벽에 충돌한 뒤 일부가 부서진 채 화단에 떨어져 있었다.

아들은 평소처럼 충분한 고도로 비행을 했지만, 초고층 아파트와 그만 부딪히고 말았던 것이다.

부서진 드론을 받아 든 아들의 얼굴에는 아쉬운 상실감이 가득했다. 그 마음이 어떨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내 아쉬움을 숨긴 채 아들을 위로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다시 호찌민으로 돌아왔다.

며칠 전 며느리 멜리사가 감동적인 편지 한 장과 함께 아들에게 새 드론을 선물했다고 한다.

뜻밖의 선물을 받고 기뻐했을 아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행복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오늘 페이스톡으로 통화하는 아들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밝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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