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고교 동문과의 만남

(2025년 7월 23일, 수)

by 해송

오늘은 가 보지 않았던 서쪽 방향으로 아침 산책을 나간다.

마린대로에 있는 Grove 지하철 역 길 건너 맞은편, 크리스피 크림 도넛 (Krispy Cream Doughnut) 가게에 들렀다.

혹시나 하고 가게 간판을 쳐다보니 빨간 불이 켜져 있다. 문을 열었다는 증거다. 평일에는 새벽 5시부터 문을 연다고 적혀있다.


가게 안에서는 새벽부터 도넛들을 굽고 있다. 갓 구운 도넛들을 보니 욕심이 발동, 12개 들이 1 Dozen 박스를 들고 아파트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본 딸은, 예전의 추억을 언급하며 반가움을 표한다.


오늘은 뉴저지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고교 동기를 만나기로 한 날이다.

오후 4시경 우버를 타고 친구 회사로 향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는,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둔 유복한 집 아들로 얼굴이 희고 키도 크고 활달한 편이었고, 나는 얼굴도 검고 키도 작고 말도 별로 없는 타입이라, 사실 둘이서 말 한마디 나눌 기회가 없었다.


31년 전, 내가 미국 유학 왔을 때, 내가 뉴저지에 올 일이 있어 그때 만나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고, 3년 전에 뉴저지 친구 사무실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었다.

서로 호찌민과 뉴저지에 떨어져 살지만, 이후 가끔 연락을 하고 지내던 친구는, 나를 며칠째 기다렸다고 하며, 우리 부부를 반갑게 맞는다.


우리는 인근에 있는 한국 횟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허물없는 한국 고교 동문 친구가 그리웠던지, 친구는 우리 부부 앞에서, 묵혀 놓았던 자신의 지난 이야기를, 유유히 흐르는 허드슨 강물처럼 쉼 없이 쏟아낸다.


친구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4살에 미국으로 이민 온 친구는 정착을 하기까지 고생을 많이 했다.

신문 배달과 Part time job을 하며 돈을 모아, 뉴저지에서 카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을 때, 위기의 순간이 찾아왔다.

가진 돈이 거의 바닥날 무렵, 마지막 광고를 보고 나타난 고객들에게, 경쟁력 있는 파격적인 가격과 감동을 느낄 정도의 세심한 무료 서비스, 신속하고 정확한 일 처리를 하는 카센터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로 인해 친구의 카센터는, 뉴저지 지역 사회에서 단골로 정해야 할 신뢰할 만한 카센터로 자리 잡았고 친구는, 재기에 성공한다.

또한, 차량 정기 검사기관의 자격을 얻어 회사를 안정적인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

회사는 이제, 뉴저지에서 Top Tier 카센터가 되어 있다.


한국에 있는 부모, 형제들도 미국으로 불러들여 뉴저지에 일가를 이루고 산다.

딸들도 유수의 직장에 근무를 하고 있고, 친구는 조만간 손자도 볼 예정이다.


친구는, 6년 간의 암 투병을 이겨낸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2019년 대장암 4기 선고를 받았는데,

간으로 전이가 되어, 생사가 오가는 6번의 대 수술을 받고 6년간 지난한 항암 치료를 받아 왔다. 어마어마한 수술비도 들었다.


친구의 노력과 천운에 힘입어 건강이 많이 호전되면서, 4주마다 병원에 들러 피검사 등의 검사를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받아 왔는데, 최근 의사로부터 1년 후에 검진을 다시 받으러 오라는 너무나 기쁜 통보를 받았다.

거의 완치나 다름없을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아주 양호해졌다는 반증이다.


암과의 전쟁을 치르는 동안 친구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주중에는 어김없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광부용 헤드랜턴을 끼고 1시간 이상 조용한 산책로를 따라 산책을 한 뒤, 씻고 아침 식사를 한 뒤 사무실로 출근해 왔다. 출근은 직원들보다 30분 먼저, 퇴근은 30분 늦게 한다.


주말에는 등산을 하고, 일요일에는 빠짐없이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한다. 식단 조절에도 신경을 썼다.

친구의 노력이 빛을 본 것이다.


회사 경영은 법규에 한 치 어긋남이 없이 하니, 30년 전후로 같이 근무하는 직원들도 떠나는 이가 없다. 신뢰가 바탕이 된, 가족 같은 분위기다. 6년 투병과 잦은 수술 기간에도 직원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덕을 많이 보았다고, 친구는 직원에 대한 깊은 신뢰와 감사를 표한다.


친구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이 탄탄한 회사를 몇 년 후에는 정리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신뢰하는 직원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싶어 한다.

너무 늦기 전에 아내와 여행도 다니고, 그동안 못 만나 본 한국 친구들도 만나고 싶어 한다.

한편으로는, 노후에 기회가 된다면, 운 좋게 완치된 항암 투병기를 소개하는 순회강연을 꿈꾸고 있다.

친구의 꿈이 꼭 실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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