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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Jun 30. 2024

사이공 오토바이 군단

사이공의 아침이 얼굴을 내밀면

골목에서 쏟아지는 동그라미 군단 (軍團)

좁다란 도로를 굴러가는 생의 물결

꼬리에 꼬리를 문다


엔진 소음 따라 내닫는 바퀴들

차량 속 끼어들기, 인도 주행과 역주행

굉음을 울리는 오토바이 S자 궤적

도심의 전쟁이 시작된다


오토바이들이 내뿜는 매캐한 매연

마스크로 가려진 회색 빛 얼굴

눈알이 빙글빙글, 머리도 따라 도는데

고단한 삶의 무게는 스모그가 가려준다.


동그라미 매연들은 뭉게구름 되어

사이공 강 줄기 따라 일렁는데

오토바이 대열 뚫고 걸어가는 보행자

무질서 속 공유되는 무언의 질서


먹구름이 순식간에 몰고 온 6월의 스콜

소리 없이 사라진 진군 (進軍) 행렬

장대 빗줄기는 도시를 쓸어버

한적한 도로 위에는 정적만 흐른다


워킹맘 오토바이 귀가하는 아이의 미소

강변에서 데이트 즐기는 청춘들의 웃음소리

쌀국수 한 그릇 비운 가장 (家長)은

담배 한 모금에 세상 시름 날려 보내는데


야자수 잎새 사이로 사이공은 기적을 꿈꾼다

사이공강 오가는 분주한 컨테이너선들

관광객 실은 유람선의 형형색색 불빛들

느린 걸음 속 하루가 다른 스카이 라인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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