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5일)
‘Nonna knows best (할머니는 최고의 맛을 안다)’를 모토로 내세운 호텔 인근 스페인 식당, ‘Nonna's Brunch (할머니 브런치)’에서 딸과의 이번 여행 마지막 아침 식사를 한다. 오늘 딸은 뉴욕으로, 우리는 런던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지난 보름 간의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정과 장소에 대한 의견을, 딸이 우리에게 묻는다.
조금의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 방문했던 곳들은 모두 의미 있고 소중한 곳들이다. 그리고 소중한 추억들로 오랫동안 간직될 순간 순간들이다.
엄빠를 위해 이번 유럽 여행을 총괄 기획하고, 모든 일정을 치밀하게 수립하고 예약하고 가이드해 준 딸 덕분에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VIP급 맞춤형 럭셔리 여행을 즐기기만 하면 되었다.
고생한 딸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한다.
“우리 딸, 수고 많았고, 뉴욕 돌아가서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연말에 또 봅시다!”
런던에는 대학시절 같은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가 살고 있다.
학창 시절과 직장 초년병 시절, 한 번 만나면 헤어질 줄 모르고 밤이 늦도록 붙어 다녔다.
이 친구는 26년을 런던에서, 나는 25년을 호찌민에서 살다 보니, 가끔 연락을 주고받을 때, 이제 둘 다 고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서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 46년 지기 친구를 27여 년 만에 런던에서 만난다.
바르셀로나를 이륙한 비행기는 약 2시간 반 만에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입국장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친구는 나를 만나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나를 덥석 안는다.
머리에 내린 하얀 서리 이외에는 27여 년 전 모습 그대로다.
친구 차 안에서는 7080 음악이 흘러나온다. 나 역시 대학 1, 2학년 시절 즐겨 부르던 노래 레퍼토리 이후에는 아는 노래가 별로 없기에,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나 홀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숙소에 짐만 가져다 놓고 친구가 안내하는 대로 한 한국 식당으로 향했다.
친구가 사는 동네는 런던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진 한인 타운이라고 하는데, 인근 High Street (Downtown의 영국 표현)에는 다양한 한국 상점들과 식당들이 보이는데, 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있다고 한다.
런던 한인 커뮤니티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친 친구가 10월 초 한국을 몇 달간 방문할 예정인데, 평소 절친하게 지내던 지인들이 고맙고 아쉬운 마음으로 환송회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우리 부부도 동참하게 되었다. 처음 만난, 지역의 한인 단체장들과 전. 현직 임원들, 영국 국회의원 보좌관 등 모든 이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인 커뮤니티 내 친구의 평판과 신망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첫날이니만큼 간단히 회포를 푼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분 좋게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이다 보니 둘 다 꽤 취한 것 같았다. 아내도 오랜만에 맛본 맛있는 한국 음식들에 대해 대만족을 표한다.
타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오랜 벗을 만나 기분 좋은 날이었다.
내일부터 시작될 런던 일정에서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게 될 지 설레이는 마음으로 잠을 청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