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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송 Oct 07. 2024

유럽 여행 17일 차 - 영국 런던

(2024년 9월 26일)

런던 도착 후 2일 차다.

아침 일찍 친구가 차를 몰고 호텔로 왔다. 오늘 런던 나들이를 하기 위해서다.


친구는 런던 시내 중심에서 남서쪽으로 15~6km 정도 떨어져 있는 한인 타운, 뉴몰던 (New Malden)에 살고 있다. 우선 뉴몰던 인근 리치먼드 파크 (Richmond Park)를 드라이브시켜 준다.


18홀 골프장도 2개나 있다고 하는 광활한 넓이의 공원에는 가끔 사슴들도 출현한다고 하고, 고사리와 명이도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마라톤 마니아도 마라톤을 포기할 정도로 넓다고 한다. 

둘러보니, 한국 공원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드라이브 후,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한 북엇국으로 해장하고 김밥과 계란말이 등의 한식으로 든든히 배를 채운다. Changable 하다는 런던 날씨답게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한다. 


기차역에 가자마자 친구는 우리 부부가 런던에 머무는 동안 사용할 교통카드에 일정액을 충전한 뒤 우리에게 건네준다. 이 교통카드로 기차, 지하철, 버스 모두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워털루 역에서 한 번은 타 봐야 된다는 블랙 캡 (고급 택시)으로 웨스트민스터 다리를 건너면 오른쪽엔 런던 아이, 왼쪽엔 빅벤이 보인다.


친구가 사전에 예약해 둔 입장권으로, 고딕 양식의 웅장한 사원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부를 관람한다.

이곳은 국왕의 대관식과 왕실의 주요 행사를 여는 장소로 사용되고 있으며, 역대 국왕들과 영국의 유공자들, 그리고 ‘처칠’, ‘뉴턴’, ‘셰익스피어’ 등 여러 저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사원 내부는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와 정교한 대리석 조각들로 장식되어 있었다.


이어, 웨스트민스터 사원 내에 있는 국회 의사당 (Parliament)으로 이동한다. 

한국의 국회 의사당도 구경해 보지 못한 내가 영국의 국회 의사당 내부를 관람하는 귀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국회 의사당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라고 한다.


영국 서민원 (House of Commons, 하원에 해당)은 실질적으로 영국 정치를 주도하는 기관이다. 서민원에서 총리를 선출하고, 내각 각료들도 서민원 의원 중에서 선출된다. 서민원의 총의석은 650석이며 현재 실질적 총의원수는 643명이나 본회의장의 좌석수는 476석으로 최소한 170명 이상의 의원은 회의 중 서 있어야 된다고 한다. 


본회의장 좌석 배치는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의장을 중심으로 여당은 오른쪽, 야당은 왼쪽에 앉는다. 총리와 장관, 야당 당수 및 그림자 내각 장관을 제외하곤 지정된 좌석이 없어 의원들은 오는 순서대로 착석해야 되는데, 주로 초선의원이나 지각한 중진의원들이 서 있는다고 한다. 특권투성이인 한국 국회의원들에게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일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옛날에는 격론 중 칼을 뽑고 상대정당 의원에게 달려들어 육탄전을 펼치던 일이 잦았던 이유로, 제일 앞줄에 있는 의원들이 발을 닿고 있는 레드 라인은 ‘이 선을 넘어가면 잡아간다’라는 의미에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엄연히 레드 라인이 존재하고 있고 그 선을 넘을 수 없다.


귀족원 (House of Lords)은 서민원과 함께 영국 의회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구성체로 상원에 해당한다.

귀족원의 의원 수는 규정되어 있지 않는데, 2024년 9월 현재 재적의원 수는 805석으로, 잉글랜드 성공회 고위 성직자 (성직 귀족) 25석과 나머지 세습 귀족 및 일대 귀족으로 구성된다. 선거가 아닌 임명제인 귀족원 의원의 임기는 종신이다. 그래서 은퇴한 정치인이나 관료 출신이 많다.


귀족원은 서민원에서 통과시킨 법안을 부결시킬 수는 있지만, 서민원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귀족원의 의결을 묵살하고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기에, 귀족원은 서민원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형식적인 통과의례만 거친다고 한다.


이유야 나름대로 있겠지만, 별로 하는 일 없이 정쟁만 일삼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오버랩되면서, 존재이유나 역할이 애매한 귀족원 의원 수도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시 해 보았다. 


국회의사당을 나와, 길을 걷다 보니 유공자 탑이 나온다. 11월 11일 Memorial day가 되면 왕과 총리를 비롯한 거의 대부분의 정계 리더들이 헌화한다고 한다. 나라를 위해 순국한 선열들에 대한 예우를 보면 한 나라의 수준이 드러난다는 생각이 든다. 


나폴레옹을 물리친 트라팔가 해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트라팔가 광장도 잠시 들러본다. 넬슨 제독 동상 아래 사자상들은 당시 프랑스군들의 대포를 녹여 만들었다고 한다.


런던의 세 가지 빨간색은 2층 버스, 공중전화 부스, 우체통이라고 한다.

친구의 재치 있는 권유로, 지나치다 만난 빨간 공중전화 부스에서 아내의 기념사진 한 장도 남겨 본다.


런던에서 26년 거주한 벗의 친절하고 professional 한 설명과 배려로 꽉 채워진 귀한 하루였다.

한인타운 한식집에서 친구와 친구의 현지 절친과 함께 정담을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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