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아리는 전국대학생 연합서클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에 지부가 있고, 각 지부에는 해당지역 대학생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마다 영어로 회의를 진행하는 영어회화 서클로, 지역사회봉사와 국제친선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인데, 지금도 대학생인 주니어와 졸업한 시니어들이 각각 모임을 갖고 있다.
우리 동기들의 모임이 가장 활발해서, 졸업 후에도 서울, 부산, 광주 출신 동기들이 서울에서 정기적으로 모임을 유지해 오고 있다.
25년 전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나도 빠짐없이 참석하던 모임이었다.
영국과 베트남에서 동시에 오랜만에 한국에 들른 두 친구와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조율된 모임 날짜가 오늘이다.
대학시절부터 만나온 이 친구들과는 개별적으로 가끔 서로 연락을 취하거나 한국과 베트남에서 만나기도 했으나, 오늘은 거의 대부분의 멤버들이 참석한다고 한다. 해외 학회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는 친구 1명을 제외하고는 13명 전원이 참석한다.
나는 현재 머물고 있는 부산에서, 새벽부터 서둘러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친구들 얼굴이 하나 둘 눈가에 맴돈다.
일년에 한 번씩 만나던 다른 모임의 어떤 친구가 언젠가 말했다.
일년에 한 번씩 만나게 되면 죽기 전 10번 정도 남았으니 이제 자주 보자고.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니, 오늘 만남이 새삼 귀한 만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참석하는 친구 한 사람 한 사람마다 따뜻한 안부인사와 미소를 듬뿍 보내줘야 되겠다고 마음을 먹어 본다.
드디어 친구들을 만났다.
46년간 인연을 맺고, 젊은 시절을 함께 했던 서클 동기 한 사람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만난 날.
평소와 달리 레스토랑 6인용 테이블 두 개가 꽉 채워졌다.
최근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친구가 6가지 서로 다른 나라의 와인을 찬조하고 차이점을 간단히 설명한다.
다른 친구는, 발효주의 대표적인 술 중 하나인 와인을 마신 후 나타나는 숙취의 원인이 아세트알데히드에 있음을 설명하기도 한다. 추가적인 자세한 설명은 모처럼 만난 친구들 간의 정겨운 안부 대화 속에 자연스레 묻혀 버린다.
지난날 추억에 대한 이야기며, 부모 봉양, 가족 관련 힘겨운 일상 극복 이야기, 사업상 닥친 허들을 극복해 낸 후에 느끼는 성취감, 제2의 인생을 위한 큰 그림 발표, 퇴직을 앞둔 초로 교수의 미래 인생관, 나를 포함한 화려한 백수들의 그럴듯한 무지개 빛 근황 등 대화는 깊어지는 밤과 더불어 무르익어간다.
서울, 부산, 광주를 대표하는 60대 중반 친구들의 진솔한 이야기는 2~3시간을 훌쩍 넘겨도 하루저녁에 마무리되기에는 어림없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값진 젊은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살아온 친구들이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모두 뚜렷한 주관과 인생관을 가진 친구들인 것 같다.
인생길 모퉁이 어디에선가 서 있을 우리 친구들의 장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밤이다.
나는 나의 인생길을 잘 가고 있는 것인가? 달리는 기차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들을 잠시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