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리
과거의 활기찬 대화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이제는 대부분 매우 조용했다. 아버지는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안락의자에서 잠들었고, 어머니와 여동생은 서로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곤 했다.
아버지의 모습은 디요르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그가 기억하는 모습은 과거에 디요르가 출장 떠날 때 침대에 파묻혀 피곤해하던 그 아버지, 저녁에 돌아오면 잠옷 차림으로 안락의자에 앉아 기운 없이 팔을 들어 올리며 기뻐하던 그 아버지,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일요일과 큰 명절에 함께 산책할 때도 어머니와 디요르 사이에서 천천히 걷던 그 아버지, 그가 말하려고 할 때면 항상 멈춰 서서 가족을 둘러보곤 했던 그 아버지였다. 그러나 지금 아버지는 단정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금단추가 달린 빳빳한 파란 제복을 입고 있었는데, 이는 은행의 하인들이 입는 복장이었다. 높고 딱딱한 칼라 위로는 두툼한 이중턱이 보였고, 숱이 많은 눈썹 아래에서 검은 눈동자가 신선하고 예리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소에는 흐트러져 있던 흰 머리카락은 반짝이는 가르마를 타고 깔끔하게 빗어져 있었다. 그는 금색 모노그램이 박힌 모자를 쓰고, 커다란 부츠를 신고 있었다.
아버지는 고집스럽게도 집에서도 하인 제복을 벗지 않으려 했다. 잠옷은 쓸모없이 옷걸이에 걸려 있었고, 아버지는 마치 언제나 일할 준비가 되어 있고 상사의 부름을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완전히 차려입은 채 자신의 자리에 앉아 졸곤 했다. 그 결과, 처음부터 새것이 아니었던 제복은 어머니와 여동생의 온갖 정성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러워졌다. 디요르는 온 저녁 동안 금단추만 반짝이는 얼룩투성이 제복을 입고 불편하게도 평온히 잠든 아버지를 자주 지켜보았다.
시계가 열 시를 치자, 어머니는 아버지를 부드러운 말로 깨우고 침대로 가도록 설득하려 애썼다. 왜냐하면 이곳에서는 제대로 된 잠을 잘 수 없었고, 오전 여섯 시에 근무를 시작해야 하는 아버지에게는 잠이 매우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하인이 된 이후 고집이 생겨 항상 식탁에 더 오래 앉아 있으려고 했고, 규칙적으로 잠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큰 노력 없이도 의자에서 침대로 옮기기 어려웠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무리 작은 말로 그를 설득하려 해도, 그는 15분 동안 천천히 고개를 흔들며 눈을 감고 일어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귀에 다정한 말을 속삭였고, 여동생은 어머니를 돕기 위해 자신의 일을 멈췄지만, 아버지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그는 의자에 더 깊이 빠져들기만 했다. 결국 두 여자가 그의 겨드랑이를 잡아 일으킬 때가 되어서야 아버지는 눈을 뜨고 번갈아 어머니와 여동생을 바라보며 "이게 삶이야. 이게 내 노후의 평안이지."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두 여자의 부축을 받아 번거롭게 일어나서는 마치 자신이 가장 큰 짐인 것처럼 문까지 안내받아 가다가, 거기서 손을 흔들며 자립적으로 걸어갔다. 어머니는 바느질 도구를, 여동생은 펜을 서둘러 내려놓고 아버지를 따라가 도와주기 위해 뒤따라갔다.
어머니는 불빛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의류 매장을 위한 고운 옷을 바느질했다. 여동생은 판매원으로 일하면서 저녁에는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속기와 프랑스어를 공부했다. 때때로 아버지가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잠들어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듯 어머니에게 "오늘도 벌써 얼마나 오랫동안 바느질을 하고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는 다시 잠들었다. 그러면 어머니와 여동생은 피곤한 미소를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누가 이 지쳐버린 가족에서 디요르를 꼭 필요할 때 이상으로 돌볼 시간이 있었겠는가? 가사 일은 점점 더 축소되었고, 하녀는 결국 해고되었다. 대신 커다랗고 뼈가 앙상한 하녀가 아침과 저녁에 와서 가장 힘든 일을 처리했다. 나머지 일은 어머니가 많은 바느질 일과 함께 감당했다. 심지어 어머니와 여동생이 과거에 기쁘게 착용했던 다양한 가족의 장신구들도 팔렸다. 디요르는 저녁에 이루어진 가격 협상을 통해 이를 알게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현 상황에 비해 너무 큰 이 집을 떠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디요르를 어떻게 옮길지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요르는 단순히 자신에 대한 배려 때문에 이사를 못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디요르는 지금 가두어진 새장 위에 두꺼운 상자를 덧씌워 쉽게 옮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이 이사를 망설인 주된 이유는 완전한 절망감과 그들이 다른 어느 친척이나 지인들보다 더 큰 불행에 빠져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그들은 최대한으로 충족시켰다.
아버지는 작은 은행 사무원들을 위해 아침 식사를 준비했고, 어머니는 남의 빨래를 위해 헌신했으며, 여동생은 고객의 명령에 따라 가게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그것이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리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아버지를 침대에 눕히고 돌아와 가까이 다가앉아 거의 뺨을 맞대고 앉아 있을 때, 어머니가 디요르의 방을 가리키며 "그레테, 저 문 좀 닫아라."라고 말하면 디요르는 다시 어둠 속에 갇혔다.
그 옆에서 두 여인은 눈물을 섞거나, 혹은 눈물 없이 테이블을 응시했다. 그러면 디요르는 날개죽지가 새로이 쑤셔오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 말
가족들은 디요르를 돌볼 시간도, 여유도 사라져 가며, 디요르가 있는 방은 어둠 속에 갇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