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버지
리진강은 평양역 대합실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 그의 옆에는 림철민도 함께 서 있었다.
열차가 도착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도윤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피곤한 듯 보였지만,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오라버니, 림철민 동지!" 그녀는 활기찬 목소리로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림철민이 먼저 나서서 도윤화에게 다가가 미소를 지었다. "윤화야, 오래간만이구만. 많이 힘들었겠구나."
도윤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림철민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리진강은 묵묵히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의 속은 복잡했다. 림철민과 도윤화의 반가운 대화가 이어질수록, 그는 점점 더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기 어려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오라버니, 몸은 좀 괜찮으세요?" 도윤화가 그제서야 리진강을 돌아보며 물었다.
리진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 네가 오니 다행이구나."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속내는 이미 불편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세 사람은 평양 시내의 작은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도윤화와 림철민은 오랜만에 만난 것을 기뻐하며 대화를 이어갔고, 리진강은 그저 조용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도윤화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사실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어요." 그녀의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
림철민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뭐든지 말해보게, 윤화야. 무슨 일이 있나?"
"철진 오라버니와의 결혼이요." 도윤화는 말하면서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이제 구체적인 날짜를 잡으려 해요. 그래서 오라버니께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리진강은 그 말을 듣고 즉시 얼굴이 굳어졌다. 결혼… 또 그 이야기야. 그는 속으로 불편함을 느끼며 도윤화를 바라보았다. 차 한 모금을 삼키면서도 마음속에서는 억눌린 분노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윤화야," 리진강은 침착하게 말을 꺼냈지만, 목소리에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네가 철진이란 사람과 결혼하려는 이유가 뭔지 아직도 난 이해할 수 없다. 네가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도윤화는 당황한 얼굴로 리진강을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철진 오라버니는 저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있어요."
리진강은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갔다. "진심이라니. 난 네가 단지 그 사람의 돈과 지위 때문에 결혼하려는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 철진이란 사람이 네게 무엇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림철민은 그들의 대화를 조용히 지켜보다가 중재하려 했다. "진강아, 너무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윤화도 나름의 생각이 있을 게 아닌가."
그러나 리진강은 림철민의 말을 무시한 채 도윤화를 노려보았다. "네가 지금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거다. 사랑도 없는 결혼은 결국 후회할 일뿐이야."
도윤화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오라버니를 바라보았다. "오라버니, 철진 오라버니는 저에게 좋은 사람이에요. 그분이 제게 안정감을 주고 있어요. 그분과 함께라면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거예요."
리진강은 그 말을 들으며 차갑게 웃었다. "안전이라… 그게 결국 네가 바라는 전부인 거냐?"
도윤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림철민은 두 사람의 대화에 더 이상 끼어들 수 없었다. 분위기는 어색하게 가라앉았고, 리진강의 눈에는 실망과 불만이 가득 차 있었다.
림철민은 한숨을 쉬며 조용히 도윤화에게 말했다. "윤화야,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구만. 진강이도 오늘 많이 지쳐 보이는구나."
도윤화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 리진강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난 먼저 가겠다." 그는 차갑게 말을 남기고 찻집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면서 리진강은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도윤화가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난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거지?
작가의 말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오히려 그들을 상처 주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