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망각이 없어진 사회.
이제 사람들은 무언가를 외우려고 하지 않았다.
손쉽게 보고 지나친 것들은 ‘아리아드네움‘을 통해 증폭이 가능했다.
모든 것을 저장하고도 뇌에는 여전히 충분한 공간이 남아있었다.
기억의 증폭은 감정의 증폭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지나온 과거에서
로맨스 영화의 강렬한 한 장면,
스릴러 영화의 짜릿한 한 장면을 재현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들은 사소했던 과거의 한 조각으로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특별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여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고,
타인의 영화를 보고 그게 마음에 들었던 사람들은
아리아디움에 와서 영화의 주인공 얼굴을 본인으로 바꾸기를 원했다.
기억은 조작되고 재단되어가기 시작했고,
과학자는 그쯤부터 “재단사”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몰려들기 시작하자 아리아디움 대리점은 일제히 가격을 상향했다.
그와 함께 하향세를 그리던 범죄율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을 소중히 여겼고,
언젠가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으로 여겼다.
그리고 기억을 재단하는 일은 돈이 드는 일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타인의 무례한 행동이 기억을 오염시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망각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지난날의 기억으로부터 오래된 사건을 끄집어내어
상대를 고소하는 일을 서슴치 않기 시작했다.
승소를 하고 받는 피해보상금으로 기억을 재단할 때까지, 그들은 열차게 싸웠다.
아리아디움에 몰리던 줄은 이제 각각 재판장과 변호사 사무실로 몰리기 시작했다.
작가의 말
망각이 사라진 사회라니, 모든 걸 기억한다면 과연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이번 회차에서는 기억의 증폭과 조작이 불러온 사회적 변화와 그에 따른 갈등을 다룹니다.
기억을 재단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잊는 것이 더 큰 자유일까요?
과거를 완벽히 기억하는 것이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