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나라

재단

by MIHI

대도시의 공원에는 30대와 40대의 성인들이 13세의 눈빛과 웃음으로 축구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신체는 어른이었지만, 정신세계는 어린아이처럼 자유로웠다. 그들은 서로에게 농담을 건네며 가벼운 몸짓으로 경기장 이곳저곳을 뛰어다녔다.


회사 회의실에서는 50대의 중년 직원들이 회의를 하면서도 진지함보다는 마치 학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발표를 맡은 사람은 열심히 자료를 설명하다가, 갑자기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고,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웃음보를 터뜨리며 그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업무 성과보다 지금 이 순간의 재미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듯했다.


도서관에서도 신체는 성인이지만 정신은 13세인 사람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그들은 깊이 있는 철학서나 역사책보다는 동화책과 만화책을 손에 들고 있었고, 밝은 표정으로 책 속 세상에 몰입했다. 삶의 무게나 걱정은 모두 잊힌 듯, 책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했다.


가족들이 모여 저녁 식사를 하는 동안, 부모들은 아이들과 같은 템포로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 좀 말해줘!”라며 부모가 먼저 입을 떼었고, 아이들은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친구가 된 부모와 소통했다. 부모의 표정엔 그 어느 때보다도 밝은 웃음이 머물렀고, 아이들도 어른과 자연스럽게 동화되며 웃음을 터트렸다.


국민들은 재단된 기억 덕분에 모든 부담에서 벗어난 듯했다. 매일이 놀이 같았고, 걱정 없는 세상이 찾아온 것이다. 대다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과거의 성숙함을 상실한 것을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약속한 '가장 안전하고 행복한 나라'는 실제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다.



작가의 말


현재의 만족 속에서도 우리는 성숙함을 잃어버린 대가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