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

빙신(氷申) Vol.2

by MIHI

소방대원들이 하나 둘 불길을 뚫고 들어온다.


그들은 방화복에 산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불의 근원지를 찾아야 해."


그들은 아파트 단지로 진입하기 시작한다.


정희만은 불길에 휩싸여 계단을 오르고 있다.


1101호에 이르러, 그는 집의 문을 녹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현관부터 집은 불에 휩싸여간다.


거실에 다다라, 그는 문득 거실에 걸린 액자를 본다.


그 안에는 아버지, 어머니와 자신이 웃고 있는 사진이 있다.


2002년 여름의 초입이었다.


사진 속에 자신은 붉은 악마의 뿔을 쓰고 있다.


화목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버지가 회사를 다닐 때, 주말마다 가족끼리 여행을 다니곤 했다.


사진을 본 정희만의 머리부터 화염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그는 고개를 돌려 한 켠의 거울을 바라본다.


상체는 옷이 타버려 그의 근육질 몸이 드러나있다.


하체는 아직 불길에 휩싸인 상태이다.


그의 꼬리뼈에서 시작해 나온 꿈틀대는 불의 채찍이 눈에 띈다.


그는 힘을 내어, 그 채찍을 들어올려본다.


그 것은 그의 의도대로 흐느적거리며 흔들린다.


하체의 불길이 잦아들어가며,


불의 채찍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 것은 지렁이, 혹은 커다란 쥐의 꼬리처럼 생긴 것이었다.


그가 꼬리를 신기하게 쳐다보자, 꼬리 끝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한다.


꼬리의 불꽃이 일렁인다. 정희만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본다.


불꽃은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


‘이 힘이라면 나는 최고가 될 수 있어.’


그는 한참을 그 불에 매료되어 생각했다.


그 때 한 소방대원이 현관으로 들어온다.


“여기 있다!”


정희만이 그를 쳐다봄과 동시에, 불에 휩싸인 꼬리가


소방대원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다.


그가 정신을 잃는다.


정희만은 그를 꼬리에 매달고 질질 끌며 자신의 방으로 간다.


그는 방에서 붉은 뿔의 머리띠를 발견한다.


소방대원의 옷이 모두 벗겨진 채 바닥에 쓰러져있다.


정희만은 이제 방에 있는 거울을 쳐다본다.


그는 방화복과 산소 마스크를 끼고 있다.


소방용 헬맷 위에는 붉은 뿔이 나와있다.


그는 말한다.


“나는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파괴적인 자, 불만(Bullman)이다.”



작가의 말


귀여운 붉은 악마는 자라서 세계에서 가장 강하고 파괴적인 불만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