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가망신

빙신(氷申) Vol.2

by MIHI

그 때였다.


그의 옆에 놓인 빙수 기계가 벌벌 떨리기 시작하더니 키보드 위의 그의 오른손에 와서 붙었다.


“으악!”


그가 소리를 질렀다.


빙체가 된 빙수 기계는 그의 오른손에 단단히 붙어 떨어지지를 않았다.


“빙점으로 가야겠어.”


그가 벌벌 떨며 말했다.


“그 곳에서는 이걸 떼어낼 방법을 알지도 몰라.”


그는 집에서 입고 있었던 민소매 러닝셔츠에 사각팬티 위에 버버리 코트를 걸쳤다.


코트로 이제는 빙수 기계가 된 오른손을 가리고 그는 집 밖을 나섰다.


“이 늦은 시간에 빙수 기계를 들고 어디를 가는거야?”


사람들이 그의 옷차림을 보고 갸웃거린다.


“패가망신했다더니, 완전 폐인의 모습이로구만.”


한 남자가 크게 그를 비웃으며 지나쳤다. 그는 빙체였다.


이남용은 그를 힐끗 쳐다봤다.


길을 가던 남자는 뒤를 돌아봤다. 이남용이 어느새 그의 어깨에 왼손을 얹고 있었다.


“어어…!”


그러자, 남자의 몸이 서서히 이남용에게 녹아들기 시작했다.


코트 안에서 이남용의 몸이 꿈틀거리더니 몸집이 두 배로 커졌다.


그의 얼굴은 이제 남자의 얼굴로 바뀌었다.


사람들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이남용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빙체가 된 어린이 놀이터가 통째로 그에게 딸려들어왔다.


그의 몸은 놀이터를 흡수하며 점점 기괴해지고 거대해져갔다.


놀이터의 미끄럼틀 위에 붙어있던 해골 바가지는 그의 얼굴이 되었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크르르… 나는 아비규환이다.


세상의 모든 걸 삼켜주겠다.”



작가의 말


세상의 모든 것을 삼키려는 자, 결국 자신도 삼켜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