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문장

뒤틀린 나라의 앨리스

by MIHI

이야기를 마친 채셔 고양이는 잠깐 자신의 몸을 모두 드러내 앨리스에게 보여주었다.


앨리스는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시 눈과 입만 남기고 모습을 가린 채셔 고양이가 말했다.


"다음 문장으로는," 채셔 고양이는 약간의 기대감과 장난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이상한 나라에서 만난 애벌레 기억하지? 그는 이제 배우들을 위한 학교의 식물학 교수야. 그가 몸이 모두 풀어져버린 나를 위해서 조절의 약물을 줄 수 있을 거야."


앨리스는 잠시 그 애벌레를 떠올렸다. 수많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고요한 숲 속에서, 한참이나 계속된 수수께끼 같은 대화들. 그런데 이제 그는 교수가 되었단 말인가? 어쩐지 익살맞으면서도 좀 이상했다.


채셔 고양이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앨리스, 나를 위해 조절의 약물을 가져다주겠어?"


앨리스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가 정말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건가, 아니면 또 다른 장난인가? 그러나 채셔 고양이는 그 혼란을 가볍게 웃으며 날려버렸다.


"라고 내가 말하면," 채셔캣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앨리스, 너는 나를 도와주게 된다고 여기 대본에 쓰여 있어."


앨리스는 채셔 고양이가 내민 대본을 받았다. 앨리스는 그녀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그 부분을 읽어보았다. 정말로, 그녀의 말이 대본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그 아래에는 앨리스가 대답해야 할 말이 '그래, 좋아'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 좋아." 앨리스는 대본에서 눈을 떼고, 채셔 고양이를 올려다보며 선뜻 말했다.


채셔 고양이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좋아."


앨리스는 대본의 아래쪽을 마저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상한 문장을 발견했다.



두 개의 태양과 세 개의 달, 두 일식 사이에 그믐달이 뜬다.



"두 개의 태양과 세 개의 달, 두 일식 사이에 그믐달이 뜬다," 앨리스는 그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건 뭐야?" 그녀는 곧바로 채셔 고양이에게 물었다.


채셔캣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건, 오늘 대본을 받은 모든 배우들의 마지막 끝에 적혀있는 내용이야. 무슨 의미인지는 나도 알 수 없어."


채셔캣은 자신의 대본 아래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게다가 내 대본은 밑에가 찢어져있지. 그래서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지 나도 몰라, 참 재미있지 않아?"


앨리스는 문장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 문장 아래 대본이 상당부분 찢어져있었다.


"앨리스," 채셔 고양이가 다시 말을 꺼냈다. "캐럴이 너를 배우학교로 데려다주면 좋겠지만 그는 다른 업무로 현실 세계에 파견나가 있어. 그래서 다른 길잡이를 준비했지."


그 순간, 어디선가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앨리스가 고개를 돌리자, 익숙한 얼굴이 그녀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매드 포터였다.



작가의 말


다시 만난 반가운 매드포터, 그의 다음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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