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에 담긴 마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좋아하게 되면 ‘소중하다’는 태그를 붙인다. 그래서 가족 톡의 이름은 ‘소중한 우리 가족’이고, 나의 반려견은 ‘소중한 사랑’이며,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라고 부른다.
비슷한 계열로 ‘귀중하다’, ‘귀하다’도 있는데, ‘소중하다’ 말고 나머지 두 단어에는 손이 잘 안 간다. 한편, 나의 친구 중의 한 명은 ‘귀하다’는 단어를 즐겨 쓴다. 나를 ‘귀한 친구’라고 부르며, 함께 하는 시간을 ‘귀한 시간’이라고 말한다.
초록 사전에 따르면 ‘소중하다’는 ‘매우 귀중하다’라는 뜻이고, ‘귀중하다’는 ‘귀하고 중요하다’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귀하다’에는 ‘아주 보배롭고 소중하다’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짐작대로 대동소이한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는 유의어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소중하다’를 즐겨 쓰고 친구는 ‘귀하다’를 즐겨 쓴다.
사전은 모두에게 같은 결과 값을 내어준다. 무언가를 검색하면, 나에게도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의미를 보여준다. 그런데, 가끔 같은 단어를 두고도 내가 생각하는 단어의 의미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의미가 다를 때가 있다. 또는 나와 친구의 경우처럼 같은 상황에서 다른 단어를 쓰기도 한다. 사전적인 의미에 경험들이 더해져서 풍부한 뜻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을 끄적하는 취미를 갖고 나서부터는 말을 더 가까이 살펴본다. 다른 사람들이 쓰는 말도 내가 쓰는 말도.
소중한 연말, 행복한 주말, 귀한 하루, 즐거운 연휴
각자의 마음이 담긴 말풍선을 주고받는 연말이다.
글로 말로 뱉어지는 단어들을 바라보며 보낸 이가 그 단어들과 함께 쌓아왔을 경험을 상상해본다.
그렇게 단어들을 곱씹다 보면 소중한 사람들의 경험에 한 발짝 가까워지는 기분이 든다.
각종 신조어들이 범람하는 시대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이대로 흐름에서 밀려나는 게 아닐까 걱정도 된다.
사람처럼 언어도 바뀌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고유하고 소중한 말들은 계속 경험되고 쓰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