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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코스모스

역사를 움직이는 힘

#세계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코로나, #정신

by 비루투스

* 문화 예술의 경우, 그 중심이 떠나도 그곳에 선명한 발자취를 남기게 된다. 경제의 중심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은 쇠퇴와 몰락으로 인한 우울함을 맛보게 된다.


문화와 역사의 관계


함석헌 선생은 ‘뜻으로 읽는 한국 역사’에서 “문화는 자연 변천으로 오는 형상의 과정을 내 속에 있는 어떤 정신적 발전 혹은 창작으로 삼는 데에서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속이 건전한 종교, 도덕적인 정신이 들어있는 것이 아니면 오래갈 수도 없고 또 사실 역사를 나아가게 하지도 못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문화는 발전적이고 창조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중심에 속이 건전한 종교와 도덕적인 정신이 깃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전 세계가 팬데믹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 인류의 역사는 어떤 위치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인류의 진화


인류 진화의 초기단계는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 아프리카 유인원의 한 부류가 몇 갈래로 나뉘었으며 그중의 첫 번째는 고릴라로 진화했고 두 번째는 현대의 침팬지 그리고 세 번째는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고릴라와 침팬지는 네발로 걷는데 반해 오직 인간만이 두 발로 보행하며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양손의 움직임은 자신의 환경에 필요한 연장의 발달을 시작하게 하였다. 그리고 인간을 다른 동물보다 우위에 서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말을 할 수 있는 언어능력의 발달이다. 이러한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러 개의 신체 근육이 완벽하게 작동해야 한다고 한다.

학자들은 진화과정에서 유인원들의 두뇌 크기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두뇌조직에 변화가 일어남으로써 현대적 언어가 만들어지게 되었고,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후두가 완성됨에 따라 현대적 언어를 위한 해부학적 기반이 마련되었으며 언어야말로 인간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밑바탕이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가상의 실재


우리의 조상들은 화롯불 주변에서 환경과 자신의 내부의 감정과 느낌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들을 함께 공유하며 공동의 픽션을 만들어나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의 픽션은 현실성 없는 상상력이 아니라 살아서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어떤 것이었다. 공동체의 믿음은 픽션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그것은 더 나아가 사람들의 생각과 가치관에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가상의 실재란 단어로 정의 내렸고, 이러한 픽션으로부터 신화와 문명 그리고 역사가 시작되었다. 주변의 환경은 인간에게 외경심을 주었고 동시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우연한 불의 발견은 인간에게 섭생의 다양성을 넓히게 했고,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기원했지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점차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그들이 믿고 있던 픽션은 그들이 정착한 환경과 융합하며 그들의 사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성경과 길가메시 서사시는 홍수 설화를 공유하고 있으며, 기독교의 신 ‘여호와’는 이슬람에서는 ‘알라’, 조로아스터교에서는 ‘아후라마즈다’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며, 중국 설화에서는 ‘여와’라는 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각각의 종교는 각기 독특한 개성을 가졌고, 서로에 대한 이질감으로 인해 충돌하기도 하였다. 칼 융은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설명하였다.

집단 무의식이란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전달된 우리의 행동의 영향을 주는 수없이 많은 원형으로 구성되었으며, 원형들은 인류 역사의 산물인 신화, 민속, 예술 등에서 보편적이고 공통으로 나타나는 반복되는 주제를 재현한다. 대표적인 원형으로 페르소나 남성 속의 여성성(아니마), 여성 속의 남성성(아니무스), 그림자, 자기 등이 있다.


지능과 환경


헤닝 엥겔른은 이러한 EQ의 예로 자기 자신을 감지하고 제대로 평가하는 것, 자산의 내적층과 재원을 다루는 일,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유발을 하는 것, 다른 사람의 감정·욕구·걱정거리를 잘 가늠하고 사람들 간의 권력관계를 잘 평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지도력과 갈등 극복의 능력을 들었다. 따라서 EQ는 자신과 관련하여 일어난 사건들을 스스로 해석하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자신을 평가할 수 있을 때 강화되는 것이며, 이러한 특징은 분석심리학의 핵심적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다른 인간 종족들보다 사피엔스를 우위에 서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은 바로 EQ의 능력이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이러한 능력을 ‘험담’에서 비롯되었다는 독특한 이론을 전개하였다. 환경은 인간의 감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인간은 그러한 감각을 토대로 사고를 형성해 왔다. 그러한 사고는 인간의 행동을 이끌었고, 인간의 행동은 환경에 영향을 준다.

인간의 사고는 경험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나. 사고를 통해 경험을 획득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인간이 감각으로 경험한 환경과 인간이 사고를 통해 인식한 환경은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왜냐하면 감각으로 경험한 환경이 질료 그 자체라면 사고를 통해 인식한 것은 인간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의미가 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감각과 사고의 상호작용 속에서 언어가, 그것에 기호성이 부여되면서 문자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과 함께 종교와 도덕, 법과 국가 등이 형성되었고, 드디어 역사라고 부를만한 일련의 과정이 전개될 수 있었다. 언어와 문자처럼 역사 또한 경험적인 증거와 역사가의 사유를 토대로 자신의 정신 속에 재구성하고 그로부터 여러 가지 해석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윌 듀런트는 “역사란, 엄청난 자료의 혼란스러움에 의미 있는 질서를 세운다는 점에서 예술, 전망과 계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이다.”라고 정의 내렸다. 그리고 에드워드 카는 “역사는 과거 그 자체에 관한 것이라거나 과거 그 자체에 대한 역사가의 사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상호 관련되는 것이며, 과거는 죽은 과거가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는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과거이다. 그러나 과거의 행동은 배후에 있었던 사유를 이해할 수 없다면 죽은 것이다.”라고 말했다.


코로나 팬데믹


코로나 팬데믹은 국가의 경계를 허물었고, '언컨택트'는 대안을 넘어 미래가 되어버렸다. 신자유주의의 모순과 기후변화 그리고 자연 파괴 등이 코로나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것들은 비대면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더욱더 역사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인간의 역사는 한편으로는 더욱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개인들 욕망의 총합이기도 하다. 그것은 정치, 경제, 이데올로기를 넘어 문화와 예술에까지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한다. 언젠가부터 자본은 이전에 부정적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자유와 평등을 표현하는 아이콘이 되어버렸다. 팬데믹이 되기 전부터 자산소득은 소득 수준을 넘어버렸고, 본업 외에 부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는 것이 상식을 넘어 관행이 되어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투자는 미덕인 것처럼 인식되지만, 사실 자본주의 핵심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에 있다. 물건이 소비되지 않으면 자본주의 경제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생산량을 늘려야만 한다. 생산자와 주주들의 예측대로 생산량에 비례해서 판매된다면 고용과 수익이 창출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물건 생산량이 많을지라도 누군가가 사주지 않는다면 생산자와 투자자는 모두 파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소비는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며, 광고와 마케팅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고 끊임없이 물건을 사도록 유혹한다. 현대사회에서 광고 없는 순수한 콘텐츠는 존재하지 않으며, 소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자본주의 사회는 붕괴할 것이다.


부의 재분배

물건이 소비되지 않으면 자본주의 자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듯이 부가 재분배되지 않으면, 역사 속에서 항상 그래 온 것처럼, 혁명이 일어나거나 내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프랑스, 러시아, 독일, 미국 등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앞의 두 나라는 기득권층만 옹호하다가 국가 정체가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독일의 경우는 모든 계급을 망라하여 히틀러를 지지하였다. 반면 미국은 케인스 정책을 필두로 한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국가 긴급 상황에서는 거대 정부를 통해 경제를 조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상황이 안정되면 그때 자유시장 경제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방법이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정책은 시대와 필요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그것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한 진화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고 있는 사실 중의 하나는 민주주의가 공산주의와 대립하는 가치이며, 자유주의를 자본주의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민주주의는 군주제· 귀족제· 독재와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와 대립하는 가치이며, 많은 역사학자와 헌법학자들조차 이러한 용어를 혼동하여 사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요인은 남북 분단이라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정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대립하는 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풍조에 의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역사 속에서는 대립함으로써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고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었던 사례를 찾을 수 있고,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가장 특징적인 면이기도 하다. 오히려 한 축이 기울어짐으로써 붕괴의 조짐이 확대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렇게 역사는 여러 가지 가치들 속에서 충돌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 왔다.


역사와 가능성

과거에 일어난 일이라고 해서 역사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역사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으며 동시다발적인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우리나라의 군사 정변은 미얀마에서 일어났고, 일본에서 10년 전에 일어났던 일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날 조짐들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고정되는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해서는 역사에 대해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할 것이다.

역사에서 신의 영역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그 이유는 우리가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이 역사를 전적으로 지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팬데믹과 인간의 파생물들도 엄연히 역사에서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우리가 신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그들도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는 우리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

데카르트는 물질과 정신을 양분했고, 본질적인 것은 오직 정신적인 것에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신이 깃들지 않은 물질들은 비본질적인 것으로 역사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데카르트적인 관점에서는 인간이 기술적으로 노력한다면 코로나 팬데믹은 극복 가능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굳이 자본주의의 방향을 돌릴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스피노자는 인간의 신체를 비롯한 물질적인 것에도 본질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고 그것은 모두 신으로 표현되는 실체에서 비롯된 것이며, 오히려 인간의 정신이 신에게서 파생된 보편적 실재를 깨달을 수 없다면 물질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의 결론에 따르면 모든 만물의 본질적인 속성은 그에게서 비롯된 것이며 코로나바이러스에도 신의 섭리가 스며들어있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우리가 그러한 섭리를 외면한다면, 섭리도 우리를 외면하게 될 것이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데이터로서, 우리는 그것을 토대로 여러 가지 대안과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일어나게 될 일을 언급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에 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한다. 함석헌 선생은 “한 시대가 새로워지려면 결국 기적을 행하는 것은 외물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하는 정신만이다.”라고 말했다. 우리의 육체적 삶은 시공간의 범위에 제한받게 되지만, 우리의 정신은 그러한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한 정신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은 시대의 요구를 만족하는 문화와 예술이며, 그것의 역할은 시대에 질문을 던지고 그것에 반응하여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 참고서적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뜨인돌, 2009.10.26. >

< 코스모스, 칼 세이건, 사이언스북스, 2010.01.20. >

<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 김영사. 2015.11.23 >

< 인간, 우리는 누구인가, 헤닝 엥겔른, 을유문화사, 2010.02.15. >

< 역사의 교훈, 윌 듀런트, 을유문화사, 2014.10.25. >

< 팬데믹 패닉, 슬라보예 지젝, 북하우스, 2020.07.01. >


역사에 의해 사상과 감정이 확장된 인간은 후세에 무언가를 남기는 사람이 되기를 원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후대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하게 될 무언가를 남기게 될 것이다.

<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버트런드 러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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