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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징포스 Mar 09. 2022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에 관하여

*그들은 어느 날 무로부터 문득 나타났다가 반짝 빛을 발한 다음 다시 '무'로 돌아가버린다. 



기억의 정의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
 

 올리버 색스는 우리의 통일성과 이성과 감정 심지어는 우리의 행동까지도 기억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며, 기억이 없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프로스트는 우리가 경험했던 일든은 삶의 파편적인 것에 불과하며, 삶은 오로지 기억을 통해서만 연속성을 가지고 일관적인 서사를 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모디아노는 기억은 연속성과 일관성 그리고 통일성이 없는 것이며, 기억은 대부분이 허구이며 나머지로 조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샤르트르에 따르면  사건은 한 방향에서 일어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 반대방향으로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각 순간은 그보다 앞서는 순간을 잡아당기는 것이며. 순간순간은 그것을 이어오는  순간을 이끌기위해서 생겨난다.



존재의 이유
 

"무엇 때문에 이미 끊어진 관계들을 다시 맺고 오래전부터 막혀버린 통로를 찾으려 애쓴단 말인가?"


 소설의 제목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작품의 배경이자, 주인공의 심리상태를 상징하기도 한다. 주인공인 '기롤랑'은 기억을 잃고 방황하는데, 아이러니하게의 그의 직업은 흥신소 탐정이었다.


 사실 그가 기억을 상실하게 된 것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는 계속적으로 그를 불안하게 만들어 삶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누 출생기록, 주소, 사진, 책 같은 단편적인 단서들을 찾아가지만 그것들은  사물 그  자체의 의미만을 보여주고 있고, 그가 단서에 집착하면 할수록 기억은 타인들의 시각과 경험에 의해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기롤랑은 그때마다 좌절하게 된다.



 눈 뜨고 볼 수 없을 만큼의 참담한 과거가 될지라도 그것은 그가 붙잡아야 할 단서였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불완전하게 남아있는 기억의 파편들을 찾아나간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노력해 그의 기억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망각하고 싶은 기억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로 다시 나간다.



기억의 공간


"내가 두 눈을 감고 내 열 손가락을 이마에 붙인 채 정신을 집중한다면 아마도 저 먼 곳에서 그녀의 샌들이 딸각거리며 층계를 오르고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도 주인공처럼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들을 잊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에서 도망가려 할수록 기억은 오히려 또렷하게 새겨지고 그것은 만성 불면증으로 일으켜 내가 열심히 준비했었던 것들을 무너지게 만들었다.  어둠 속에서 빛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칸막이 책상 앞에서 고민했던 시간들은 지금 글을 쓰는데 좋은 글감이 되고 있다.


 묵혀놓았던 오랜 기억도 언젠가는 조금씩 꺼내놓고 웃을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그날이 올 때까지 주어진 삶에 충실할 것이며, 담을 수 있는 기억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최대한 단순하게 살려고 한다.

 

 그리운 순간들, 기쁨과 슬픔, 그리고 모든 감정들 그리고 나를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과의 추억들을 그 안에다 가득히 담고 싶다.











『글을 쓰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꺼내 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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