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존재

by 비루투스

인간은 영원한 방랑자
미지의 것을 알아내기 위해

공백을 채우며 끝없이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네.

지친 삶에 희망이 있다면,
오직 위로할 길 없는 상실과 몰락으로부터

낙원이 실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떠나기 전에 기억하게 될 것은
피냄새 그득한 혁명의 역사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파고드는 그리움으로부터

아침이면 찾아오는 차갑고 신선한 공기,
비 내린 후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왁자한 시간에 찾아오는 잠시의 정적과 침묵,
잠들기 전의 조용한 평화, 깨고 싶지 않은 꿈

인간은 쉼없는 방랑자
미지의 것을 알아내기 위해

공백을 채우며 끝없이 나아가
존재의 의미를 설명해야 하네!



— 낙원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낙원」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영원한 방랑자”로 규정하며 시작된다. 그 방랑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미지의 것을 알아내고 공백을 채우며 존재의 의미를 설명하려는 끊임없는 사유와 탐색의 여정이다. 이 시는 인간이 왜 살아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답을 거대한 이상이나 혁명 속에서 찾기보다 삶의 틈 사이에 숨어 있는 감각적 평화에서 발견하려 한다.


중반부에서 시는 고통과 상실을 정직하게 마주한다. “지친 삶에 희망이 있다면, 오직 위로할 길 없는 상실과 몰락으로부터” “낙원이 실현될 수 있다면,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고통과 슬픔으로부터” 이 구절들은 낙원이란 고통을 피한 결과가 아니라, 그 고통을 통과한 이후에야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감정의 지점임을 말해준다.
낙원은 완벽한 상태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시는 기억의 본질을 되묻는다. “떠나기 전에 기억하게 될 것은 피냄새 그득한 혁명의 역사가 아니라, 갑작스럽게 파고드는 그리움으로부터” 이 대목은 거대한 서사보다 작고 사적인 감정의 진실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본다.

혁명보다 그리움, 역사보다 감각—이 시는 낙원의 정의를 재구성한다. 그리움은 고통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감정이다.


마지막 연들은 그 낙원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침이면 찾아오는 차갑고 신선한 공기, 비 내린 후 보이는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왁자한 시간에 찾아오는 잠시의 정적과 침묵, 잠들기 전의 조용한 평화, 깨고 싶지 않은 꿈” 이것들은 모두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감각적 평화의 순간들이다.
낙원은 먼 곳에 있는 이상향이 아니라, 지금 여기, 우리가 살아가는 틈 사이에 숨어 있는 감정의 쉼터다.


그리고 시는 처음의 선언으로 되돌아간다. “인간은 쉼없는 방랑자 / 미지의 것을 알아내기 위해” 이 반복은 존재의 순환을 암시하며, 우리는 끊임없이 의미를 찾고, 고통을 지나며, 그 속에서 평화를 발견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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