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오늘, #하루, #시간
후쿠오카로 가족여행을 떠났던 어느 날, 우연히 지니뮤직에서 감성적인 J-pop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다. 첫 곡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걸음을 멈췄다. 익숙한 멜로디. 정재욱이 부른 ‘가만히 눈을 감고’의 원곡이었다. 나는 그 노래를 좋아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들리기라도 하면, 조용히 볼륨을 높이곤 했다.
무엇이 내 감성을 그렇게 자극했을까. 아마도 이 가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대를 그리네요. 손에 닿을 듯 가까이.”
그대가 내 곁에 없기에, 나는 눈을 감고서야 비로소 그대를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떠올릴 때 오히려 더 가까이 느껴진다.
가사 내용은 조금 달랐지만, 분위기는 닮아 있었다. 원곡을 들으며 한글 가사로 음미하니, 전혀 다른 감정의 결이 느껴졌다.
그 순간, ‘오늘’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문득, ‘하루’와 ‘오늘’은 어떻게 다를까—궁금해졌다.
‘하루’는 24시간이라는 시간의 단위다. 균일하게 반복되는 흐름. 반면 ‘오늘’은 지금 이 순간, 감정과 사건이 얽혀 있는 살아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 두 단어의 결을 살려 시로 엮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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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또, 아침이었어.
그대는
내 곁에 없고,
그 흔적만 남아.
그리운 온도,
차가운 문장,
조각난 기억,
덧붙인 감정.
지나간 오늘,
다가온 오늘,
여전한 오늘,
지독한 오늘.
손끝에 닿을 듯—
다가가려 할수록,
산산이 흩어져가!
눈을 떠보니,
또, 아침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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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주 익숙한 단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말,
달력 위에 무심히 적힌 숫자,
시계의 초침이 가리키는 찰나의 순간.
하지만 이 단어는,
누가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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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아주 평범한 단어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
해가 뜨고 지는 사이에 담긴 시간의 단위.
하루는 좀처럼 기억되지 않는다.
그저 무심히 반복되고,
달력 위의 숫자만 하나씩 바뀔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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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오늘은 늘 같은 하루 안에 갇혀 있는 걸까.
정말 이 하루를 벗어날 수는 없는 걸까.”
누군가는 가는 오늘을 붙잡으려 한다.
어제보다 더 나았고, 내일보다 더 확실한 지금이기에—
이 순간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지긋지긋한 오늘이 한시라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란다.
반복되는 일상,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끝나지 않는 감정의 잔상 속에서
오늘은 하루가 아니라, 하나의 감옥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술에 취하는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지나가는 오늘이 아쉬워서,
또 누군가는 잊기 위해.
우리는 시간의 흐름이 직선이라고 믿지만,
기억은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어제의 감정이 오늘을 지배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은, 환희이기도 하고 고통이기도 하다.
마치 끝나지 않는 꿈처럼,
혹은 끝났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감정의 여운이
원을 그리며, 때로는 소용돌이처럼 다가온다.
특히 사랑의 부재는 오늘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닿을 듯한 거리, 그러나 다가갈수록 멀어지는 존재.
이는 단순한 물리적 거리의 문제가 아니다.
손끝에 닿을 듯한 그리움은 오늘에 짙게 드리워지고,
다가가려는 순간—산산이 흩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오늘을 살아간다.
붙잡고 싶은 오늘이든, 지나가길 바라는 오늘이든—
결국 우리는 과거를 마주하고, 내일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오늘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얼굴로
우리 앞에 다시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