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by 차주도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저마다 삶에 출근도장을 찍기 위해 엉켜가는 강변북로의 빡빡한 소음과 달리
봄비에 젖은 강변북로의 찻소리는 여인네의 젖가슴처럼 부드럽다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아랫동네에는
산수유가 피고
벚꽃이 싹을 트고
목련이 자리 잡았다는데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산수유보다 더 진한 개나리
수줍게 자태를 확연히 드러내는 진달래
40대 여인 같은 목련과
라일락의 향내를 탐하기도 전에
봄이 온 것이 아니라 지나갔다.

얕은 개울 맑은 물소리도
한강으로 스며든다.


시작노트

영원할 것처럼 비친 사계 四季는
짐작조차 흩트리며
자연 속에 묻히고
그 속에 한 톨 먼지가 되어
그리움을 유영 游泳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