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리 참빗 같은 할머니

by 차주도

무수리 참빗 같은 할머니


오일장이 열리는 전야 前夜
우리 집은 사람들이 한 명씩 한 명씩 모입니다.
군북역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데
길목인지라 자연스레 사람들이 모이면서
갖는 추억이 새록합니다
어떤 이는 댓 병에 간장을 가득 담아
팔러 와서 간장 냄새 찌들고
어떤 이는 고무신 고치는 기계 들고 와
신기하게 구경하고
어떤 이는 소고기 돼지고기 잔뜩 가져와서
누린 냄새 묻어나고
무엇보다 압권 壓卷은 숙주나물 팔러 온
할머니의 기억입니다.
숙주나물에 가끔씩 물을 주면서
비슷한 연세의 우리 할머니와 조곤조곤
주거니 받거니 하시는 대화가 잠이 들어 깨어보면
날이 새는 새벽까지 이어지는 정황에 놀랍습니다
5일마다 만나면서 무슨 사연이 그리 많은지
동병상련 同病相憐일런가?
그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없으신가?
우리 할머니는 삼백 미터 옆 작은집에 기거한 할아버지 탓일까?
긴 담뱃대를 탁탁 털며 나오는 연기와
새벽안개가 맞물린 삶의 여정들…
소풍 끝난 하늘 위에서도 만나고 계시는지

결혼하기 전에 아내를 인사시키자
참빗으로 곱게 단장한 할머니 첫 말씀
“새악시 참 새첩데이…”
그 눈빛은 아직도 시 詩로 표현 못합니다.

할머니의 중얼거림으로 시작된 하루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정신줄이었는데
그땐 몰랐습니다
지갑 열기에는 어려 부끄러웠습니다
그래도 할머니 여전히 손주 이뻐하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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