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품다

by 차주도

품다

車柱道

비 오는 세상은
눈 내리는 세상은
마음대로 내 속을 품는 일이다

잠시 쉬어라고
일이 전부가 아니라고
더러 내 속에 있는
꿈틀거리는 무엇에 생각을 가지라고
중독되어 가는 일꾼에게 쉼표를 던진다

깊은 밤
갑자기 쏟아지는 빗줄기에
천장 몇 군데 물이 새자
애들 잠 깨랴
양동이 받혀 빗물을 받던
부모님 설움의 무대 금호동 2가 산 14번지 무허가 판자촌.
밤새 똑똑거리는 물소리에
심장소리 죽이며 날밤 샌 기억이
눈 내리는 새벽녘
허연 부모님이 내려와
잘 지내냐며 어깨를 다독인다.

비 오는 세상은
눈 내리는 세상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세상을 내 속에 감추는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디쯤 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