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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by 차주도

맞고


둘째 형님과 맞고를 친 지도 사십여 년째
거의 팔 할은 잃는 편이지만
적나라하게 속을 드러내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다가 웃다가 참지 못해
눈물까지 자아내는 참 맛은 아무도 모를 거다
날밤을 새우면
무릎은 물론이고
정신이 혼미 昏迷해서
하얗게 보이는 몰골과 마주 보고
습관처럼 무슨 짓 하는지도 모르고
보낸 시간들을 헤아리면
세월의 흔적 痕跡이 느껴진다
그렇게 씩씩거리며 즐거워하던 매형 妹兄은
하늘나라에 있고
어쩌다 만나는 동갑내기 사촌은
걸어 다니는 병동 病棟이라 멀리하게 되고
그래도 만나면 술과 인사하는 벗처럼
거부하지 않고 맞고의 예 禮를 갖추는
형님이 있어 좋다
어쩌다 재수 좋아 온 정신을 쏟은 대가의 노동 2할의 확률도
완력 腕力때문에 압사 壓死당하며
지갑을 뺏길지라도
함께 끽끽거리며 시간을 나누는
형이 있어 좋다
비록 옛날처럼 거래장부 놓고
맞고는 못 치지만
그래도 몇 만 원에 속을 드러내는
이런 형이 있어 정말 좋다

올 추석 秋夕에도 한번 겨루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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