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법 因緣法
폭염 暴炎이 연일 기승 氣勝을 부릴 때도
우산으로 햇볕을 가리고
억수로 비가 쏟아져 하늘이 무너져도
쏟아지는 빗속을 유유자적 悠悠自適 우산 없이 비 맞아도
믿는 구석이 있어
고독 孤獨조차
그리움조차
젖지 않는 가슴인 줄 알았다
아무리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갑옷을 입은 줄 알았다
믿는 구석이 흔들리지 않을 거라 믿었다.
거리에 이파리 하나 둘 떨어지고
영원 永遠할 줄 알았던 반바지가 을씨년스러워
긴바지로 갈아입고
백팩 메고 일터를 휘저일 때도
믿는 구석이 있어
고독 孤獨조차
그리움조차
여전히 젖지 않는 가슴일 줄 알았다.
조그만, 아주 조그만 바람에
고독 孤獨이, 그리움이 사무쳐서
어찌하지 못하는 가슴속에서도
대단치 않다고 툭, 떨군 핼쑥한 얼굴에도
멋스러운 멋이 있다고
이 가을, 코스모스가 내 등을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