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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예수

by 차주도

나의 예수




고향집 뒷마당


밥 짓는 구수한 냄새가 스미고


그 풍로 불빛에 슬며시 지푸라기 불을 지펴 볏짚단에 옮겨 붙이니


그렇게 빨리 번질 줄이야!


어머님이 알았기에 망정이지


동네 우물가 물 긷는 아낙들 물통 뺏어


허겁지겁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혼나지는 않았다


이상하리만치 어머님은 나에게 너그러웠다


야단맞은 기억이 없다


며느리들은 어머님 험담欠談을 더러 늘어놓지만


살짝 치매에 걸렸어도 나만 보면


두 손을 꼬옥 잡고 지그시 쳐다보신다


울타리 너머 성당이 생각나는 성탄 전야



나의 예수는 어머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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