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감각들, 시각

츠타야 서점, 다이칸야마 T-site

by 티아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사실 하나,

가보고 싶은 음식점이 보이면 지도에 저장부터 한다.


나 역시 한때, 시도 때도 없이 지도앱에

음식점이며 카페 저장을 마구 해두던 시절이 있었다.

먹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맛있을 것을 예상하고 저장하냐고?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즉, 오감 중 가장 깨어있다고 믿었던 ‘미각’ 이전에

먼저 작동하던 감각은 ‘시각’이었다.


다이칸야마 T site에 들어섰을 때,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갑자기 들어온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상상보다 아담했고,

잘 조성된 작은 마을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 도쿄여행지 중,

'시각'을 가장 잘 보여준 장소로

츠타야서점, 다이칸야마 T site를 꼽았다.


이곳의 시각은 눈에 띄기 위해 존재되지 않았다.

편안함을 주기 위해 설계되어 있었다.


도쿄 여행을 준비하며 여행지 한곳씩 맡아

사전스터디와 디깅작업을 했다.

나는 다이칸야마 T site 담당이었고,

감사하게도 기획의 기록들이 책으로 남아있어

‘라이프스타일을 팔다’, ‘취향을 설계하는 곳, 츠타야’, ‘지적자본론’ 등을 참고할 수 있었다.


마스다무네야키가 기획한 츠타야 서점은

‘취향’이 될 수 있는 컨텐츠들을 한데 모아

제안하는 공간이었다.

공간을 잘 꾸리더라도 사람이 모여야 의미가 있으니,

사람이 모이는 구조, 그리고 오래 머물게하는 기획 의도를 공간에 녹여냈다.


닮고 싶은 어른, 프리미어에이지가

자연스레 T site에 머물수 있도록 동선, 편의 시설 등을 마련해두었다.

겉으로 보이기에 멋져 ’보이는‘ 환경을 조성했고,

‘휴먼스케일’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며,

인간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


앞서 상상보다 아담한 규모라고 언급했는데

외부, 내부 모두 한눈에 들어오는 뷰를

너무 크지 않게 설정한 점도

예측가능하게 만들어 긴장도를 낮추는 등

휴먼스케일 설계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다이칸야마 T site는 건물 외관부터

츠타야(Tsutaya)와 T site의 상징인 T를 표현하고 있다.

언급된 내용은 없었지만, 시작부터 설명없이도

“여기가 T site야!”라는 것을

미리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다.


건물 외벽에 짜임처럼 있는 T들은

마치 담쟁이 넝쿨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츠타야의 つた(츠타)는 일본어로 담쟁이덩쿨을 의미한다.

즉 츠타야=담쟁이덩쿨이 있는 집 또는 가게이다.

개별 T들은 평면이 아닌 곡선의 입체적인 모양으로 얽혀있고, T site부지의 정원도 담쟁이덩쿨들로 가득하다.

담쟁이덩쿨의 속성은 알아채지 못한 새

어느새 곁에 있다는 거다.

가랑비 젖듯 서서히 물드는 취향과 닮아 있다.


여러 음식점, 카페가 있음에도 건물 외부에는

유일하게 츠타야서점 간판뿐인데,

심플함과 동시에 T site의 고급스러움을 지킬 수 있는 요소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역시나 들어오는 시야는

두눈에 다 담길 정도이다.

내부 공간이 크지만, 구획 별로 분리가 되어 있고

무엇보다 공간의 색온도가 따뜻하다.


조명은 대부분 린넨소재로 한겹 덮여있었고,

천장의 등도 노란기운이 도는 빛을 작게 썼고

책장의 조명은 어떤 각도로 올려봐도 눈에 직접 닿지 않았다.


진열장이나 선반은 대부분 성인 남성 키 높이였으며,

T site의 편의점 내 개방형 냉장고도

적은 키로 아담하고 손이 닿기에 편했다.


내부의 큐레이션은 시간 여유가 없어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해당 분야의 생태계(도서, 음반, 관련 상품들)로 큐레이션을 한다.


닮고 싶은 어른, 건물, 간판, 조경, 내부 시야, 조명, 선반의 높이, 큐레이션 등

‘보이는 것’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표현한 곳이 바로 다이칸야마 T site인 셈이다.


결국 다이칸야마 T site에서 내가 느낀 시각은

눈에 띄는 감각도, 무엇을 더 보게 만드는 감각도 아닌

무엇을 보지 않아도 괜찮은, 오래 머물게 만드는 감각이었다.


나에게 다이칸야마 T site는 다섯개의 감각중 시각이 편안한 곳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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