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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연 Dec 16. 2024

시적 허용에 대하여

시적 허용은 문법적 오류, 어휘 사용의 변칙, 또는 어법상의 비정상적인 표현을 시적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문학적 기법이다.

예시

1. 문법적 파괴

"나는 바람이다, 구름이다, 산이다."

문법적으로는 주어가 중복되고 일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화자가 바람, 구름, 산과 동일시되는 감정을 표현하는 시적 허용이다.

2. 신조어 사용

"햇살이 웃다."

햇살이 웃는다는 표현은 비문법적이지만,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햇살을 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3. 의도적인 생략

"물결 위 흔들리는, 당신..."

주어와 서술어가 생략되었지만, 독자에게 여운과 상상력을 제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생략했다.

4. 의미의 파격

"별이 바다를 수놓는다."

실제로는 불가능한 현상이지만, 시적 허용으로 별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표현이 쓰인다.

시적 허용에 사용되는 단어는 기존의 뜻과는 다르게 쓰이거나, 없는 단어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다. 아래는 단어를 통해 시적 허용의 예이다.

예시

1. 의미 변형

"바람이 노래한다."

'노래하다'는 인간의 행위지만, 바람 소리를 노래로 비유하며 감각을 전달한다.

2. 신조어

"꽃잎들이 속삭인다."

'속삭이다'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지만, 꽃잎이 서로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만들어낸 시적 표현이다.

3. 의도적 어순 파괴

"아름다워라, 그대의 눈동자여."

현대 문법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어미(라, 여)를 사용해 고전적이거나 시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4. 생략된 단어

"달, 스며드는 밤."

주어와 서술어가 명확하지 않지만, 달과 밤을 감각적으로 연결시키며 시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5. 불가능한 조합

"돌멩이가 숨을 쉰다."

돌은 숨을 쉴 수 없지만, 생명력이 없는 사물에 생명감을 부여하는 시적 허용이다.

6. 형용사/명사 파괴

"그리움은 푸르다."

'푸르다'는 본래 색깔을 표현하는 형용사지만,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기 위해 색을 비유적으로 사용한다.

이런 단어의 시적 허용은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이미지와 감각을 전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활용된다.

시적 허용으로 철자를 일부러 틀리게 쓰는 경우는 감각적 효과를 노리거나, 특정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다. 이런 철자 파괴는 일반적으로 구어체, 방언, 고유한 음성적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자주 사용된다.

예시

1. 발음 강조

"꽃이 핀다아~"

마지막에 '아'를 늘려 감탄이나 여운을 강조하며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

2. 방언 활용

"저기 하늘에 둥근 달이 떴구마잉."

표준어 대신 방언을 사용해 독특한 지역적 감성을 부여.

3. 의도적인 오탈자

"내 맘은 푸르딩딩하다."

'푸르딩딩'은 실제 단어가 아니지만, 의도적으로 어감을 살리기 위해 변형한 표현.

4. 옛스러운 철자 사용

"날갸짓하며 새가 날으네."

'날으네'는 현대적 표현으론 맞지 않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

5. 강조를 위한 중첩

"너무너무 조와~!"

'좋아'를 틀리게 써서 캐주얼하거나 친근한 느낌을 강조.

이런 방식은 철자 자체를 시적 기법으로 활용하여 독자에게 특별한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유명한 시에서 철자가 틀린 것처럼 보이는 예는 시적 허용을 통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근현대 시인들은 언어의 파격적 사용을 통해 감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예시

1. 이상 - <오감도>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여기서 '하오'라는 표현은 현대 문법에서는 다소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상은 의도적으로 어투를 활용해 독특한 리듬과 긴장감을 만들었다.

2. 윤동주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스믈세 해..."

'스물세'라는 표준어 대신 '스믈세'로 표현해 구어체적 느낌을 살리고,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감정을 전달한다.

3. 김소월 -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여기서 '역겹다'는 현대 표기와 발음에서는 '역하다'로 느껴질 수 있지만, 당시의 발음과 어감을 살리기 위해 사용되었다.

4. 백석 - <여우난곬族>

"여우난곬에..."

'곶'을 '곬'으로 표기한 것은 방언적 뉘앙스와 소리의 부드러움을 표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이처럼 시에서 철자를 틀리게 쓰는 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시인이 의도적으로 언어를 변형하여 소리, 리듬, 정서적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시적 허용의 일환이다.

시적 허용은 문법이나 규칙을 엄격히 따르지 않고, 시인의 창의적 의도를 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규범을 벗어나는 표현을 허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시의 미적 감각이나 감정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이렇듯 시적 허용은 독자에게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거나, 시적 감각을 극대화하며, 작품의 감정과 분위기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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