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 시인(詩忍)
장미가 '바스락' 거린다
벽에 걸려있는 드라이 플라워, 외부의 자극에 가녀린 소리를 낸다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 이틀, 사나흘이 지나서야
물병에 꽂아둔 네가 시들어가는 걸 알았다
내 손에 들어온 순간,
어쩌면 생의 한 자락을 품고
기어이 파고들었을지도...
더 일찍 말렸어야 했나,
빛이 바래기 전...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하얀 벽면
여전히 바쁜 일상...
앙상히 붙어 있는 널 보며,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연시 여긴 나도 하나의 피조물이다
답답한 공기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자,
하얗고 검은 눈망울로 귀를 쫑긋하는 고양이
청각이 발달한 나의 반려묘,
왜 저럴까 한참을 궁금해했다...
'바스락'
이제서야 쳐다 본 널 정말 잊었었나 보다
희미해진 기억, 향이 흐드러졌던 축복
벽 한면을 채우고 있는
드라이 플라워
왜일까,
생화의 아름다움이 그리워 잔유물을 전시했구나...
흔들리는 몸짓,
의자에 올라가
꽃을 뗀다
마른 장미도 동요 없이 부서진다
오직 비닐만이 '사부작' 거린다
벗긴다
참으로 예뻤던 기억...
그것을 벗긴다
꽃대마저 꽉 말라 있고,
그 안에는 날파리 같은 벌레의 사체도 있다
그렇게
덩그러니 벽에 붙어 있었다
장미...
나의 것
품 안에 안고 현관문을 연다
어느 흙에서 시작되었을 너,
밖으로 나온 기억
아파트 화단 구석 응지자리에 놓았다
선선한 가을바람,
'숨 쉬어'
너!
"이제 숨 쉬어"
바람,
신선(新鮮)할 가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