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한 주변인들은 이직을 고민하고, 실제 60%의가까운 인력이 2년 이내에 퇴사를 결심한다.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가까울수록 오히려 이야기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이직'이다. 이렇게 처음에는 멋 모르고, 두 번째는 뭘 좀 알아 이직을 하다 보면,어느새 주도권을 뺏기기 십상이다. 냉정히 말해서 뽑아 주는 대로, 월급 주는 대로 받아야 한다.
"246,000"
'이직 체크리스트'로 Googling을 하였을 때 접하는 검색의 숫자이다.
유발 하라리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언급한 것처럼, 언젠가부터 진실은 구글 검색의 최상의 결과와 '동일어'가 되고 있다. 정보의 범람은 오히려 우리에게 혼돈을 줄 뿐이다.
IQ, 혈액형만으로 사람을 구분할 수 없듯이, 단순히 점수와 이익만으로 옮기기에는 사회는 복합적이고, 내 삶은 소중하다. 중2병의 사춘기도 직장 2년 차의 커리어 사춘기도, 어쩌면 지나친 표준화, 획일화의 반작용은 아닐까?
이직에 앞서 가장 먼저 집어야 할 것은 채용의 경위이다.
내 상황에 따라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보지만, 채용은 결코 내 상황, 스펙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는 채용이라는 행위가 회사의 필요에 의해서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좋든 싫든 고객사에 입장에서 접근하여, 그들의 Needs와 Requirements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임을 증명할 때 비로소 채용이 성립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이력서 역시 하나의 제안서이다. 역지사지의 자세로 고객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함은 자명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객의 입장에서 접근을 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내 몸값이 달라진다 해도마치 '화폐'나 '물건'과 같이 나 스스로를 상품처럼 평가절하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채용의 경위, 성과, 연봉 등 보고서상 수치를 접고, 그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오롯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다 낮추고, 맞춰가며, 회사의 Needs에만 특화된다면 삶은 무엇일까? 그래서 서로에게 '바른 이직'이 성립되기 위한 4가지 조건을 정리해보았다.
01. 실력 : 나는 경력에 부합하는, 인정받을 만한 실력을 쌓았는가.
밀레니얼 세대, 주니어 직군에서 이직 시 가장 간과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아무리 좋은 회사에 입사하였더라도, 그 경력에 부합할만한 실력을 쌓아야 한다. 연차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실력과 성과이다. 영업 부서에 있었다면 괄목할만한 실적이, 관리부서에서 있었다면, 연말정산, 감사, 채용을 몇 번 담당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연말정산, 감사 한번 받지 않은 회계 직군, 경영회의 한번 안 해본 전략 직군, 입찰, 수주 없는 영업직군을 반길 회사는 그리 없다. 이직을 만드는 것은 학력, 자격증도 아닌 오늘 내 업무의 성과, 경험이다. 사람들이 아쉬워할 때,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이 제대로 된 이직이다.
02. 평판 : 당신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가?
이직에는 3가지 특성이 있다. 바로 이직의 비밀성, 경력의 연속성, 사회의 연결성이다. 아무리 자유로운 기업도 면접을 대놓고 볼 수 있는 곳은 없다. 이제껏 지나왔던 경력들은 하얀 눈밭의 발자국처럼 족적이 남는다. 힘들어서 쉬어간 곳, 잠시 돌아간 곳, 지우고 싶은 곳. 하나도 빠짐없이.마지막으로 당신의 업계가 좁은 것처럼, 어느 업계든 '그 바닥은 다 좁다.' 그리고 어디든 연결되어 있다. 실력은 준비되었을지 몰라도, 사람의 마음을 잃었다면, 이직은 어렵다.
맑으면 갓끈을 씻고, 흐리면 발을 씻는다고 한다.
그런 차이는 모두 물이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맹자 中-
03. 명분 : 당신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직 프로세스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지원 동기와 이직 사유이다. 이력서와 면접이 실력을 확인하는 것이라면, 'Why?'는 명분을 확인하는 것이다. 전 회사에도, 지원 회사에도, 무엇보다 스스로에게도 이직에 대한 확실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만약 명분이 없다면, 굳이 아까운 시간을 들여 지원할 이유가 무엇인가?
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그 동기를 살펴보고,
그가 편안히 여기는 것을 잘 관찰해보아라.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 논어, 2편 위정 中-
04. 이익 :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유연해졌습니까?’
‘여러분은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더 생기 발랄해졌습니까?’
만약 이 질문들에 “예!”라고 대답하지 못한다면, 지식이나, 경험은 도대체 무엇입니까?
<인간이 그리는 무늬>, 최진석 교수
Success 후 후보자에게 안부 인사차 연락을 한다. '잘 지내시죠?'예상했던 것처럼 대부분 후보자의 답변은 '회사가 다 똑같죠'이다. 위의 질문을 이직에 맞게 바꿔보자,
만약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굳이 이직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 연봉뿐 아니라, 경험, 경력, 인맥에도. 이직은 회사에도, 스스로에게도 이익이 있어야 한다. 변화는 생존이지만, 또한 리스크이다. 실제 성과를 인정받은 고위 임원급 직원의 절반은 이직 후 18개월 내에 실패한다고 한다.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라즐로 복) 짐작하다시피 익숙한 것과 결별하여, 인정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이익이 없는 이직이라면, 굳이 힘들게 이직을 할 필요가 무엇인가?
힘들게 얻은 고진감래의 경험도 이익이라면 이익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이직의 3가지 특성과 수많은
경력단절, 평가절하의 안타까운 이력서를 봤을 때 권하고 싶지는 않다.
TED 최고 조회수를 기록 중인 켄 로빈슨 경(Sir. Ken Robinson)은 그의 저서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학교 혁명>에서 팀 브릭 하우스(Tim Brighhouse)의 변화의 본질적 요소에 대해 언급한다. 비전이 없으면 혼란을, 기술이 없으면 불만을, 동기가 없으면 저항을, 자원이 없으면 좌절을, 계획이 없으면 산만함을 언급한다.
앞서 채용은 철저히 회사의 Needs와 Requirements에 따라 발생한다 하였다.
이직의 시발점은 내 내면의 Needs와 Requirements. 즉, 나에게 묻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외면했던 근원적 질문의 답을 찾는 것. 이 것이 잃었던 주도권을 되찾는, 바른 이직의 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