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굳이 헤드헌터가 되었나?
정치인들 정치싸움에 못지않은 사내 정치와, 군대에서도 만나지 못했던 별종 같은 상사와 동료들에 치이거나,
이유가 무엇이건 직장을 나와, 남들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기도,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앞서 내 글에서 직장인을 그만둔 이유, 다시 직장인에 도전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하였다.
그렇다면 왜 굳이 헤드헌터였을까?
1. 비즈니스 성향
급여생활자에 회의를 느꼈기에, 자영업이 아니면 사업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업은 성향에도 상황에도 맞지 않았다. 나는 자본금이 있지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아이템이 있지도 않았다. 헤드헌팅은 작가, 프리랜서처럼 자기 자본이 들지 않지만, Limited도 없었다.
(헤드헌터는 채용후보자 연봉의 몇%를 수수료로 받는다.)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한 적자생존 시장이었지만, 열심이 있으면 어느 정도 극복되리라 생각됐다. 실제 현재 회사에서도 턱걸이로 들어갔지만, 지역전문가, 핵심인재 Pool에 속할 만큼 성실에는 자신이 있었다.
시기의 문제이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와 확신이 있었다.
아울러 사업과 같이 적자생존이지만, 자본 없이 내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하루 온종일, 내 일을 하며 수입을 얻는다는 것은, 직장인에게는 로망과 같은 것이었다.
설령 수입이 좀 적을지라도, 사회적 지위나, 명예가 없을지라도,
신대륙을 찾기 위해, 지금 모험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2. 업계 전문성 및 가능성
재직 당시 내가 헤드헌팅을 통해서는 Linked in으로 어이없는 제안을 받은 것 밖에 없었다.
발전 영업 엔지니어였던 나에게, 엘리베이터 회사 시공 PM의 제안이 오고, 주변 동기들과 이야기를 나눠봐도, 가당치 않은 제안이 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 경우에는 건설회사에서 영업업무를 진행하였다. 그것은 회사 조직, 심지어 그룹사 업무와도 연결되어 있음을 뜻한다. 그렇기에 회사의 일, 직군을 이해하기에는 기존 헤드헌터와는 차별성을 두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각 서치펌 사이트에서 컨설턴트들의 약력을 보며, 특히 건설, 제조사 컨설턴트들의 이력들을 보았다. 그분들을 보면 건설업계나 제조사 엔지니어 출신의 컨설턴트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였다.
난 그것이 엔지니어이자, 대기업 출신인 나에게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3. 개인 적성, 업의 특성
일을 그만두기로 결심하며, 한 번뿐인 삶. 내 가치, 믿음대로 살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고객, 후보자, 헤드헌터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이 일은 매력적이게 다가왔다.
'형은 참 대단해요. 색깔이 없어요'
언젠가 입사 후 1년 만에 너무나도 바뀌어버린 내게, 한 살 어린 동기가 해줬던 말이다.
그만큼 회사 업무를 하며, 내 원래 성향을 지워버렸다.
처음에는 애써 외면하고, 안타까워했지만, 점점 그 가치들은 흐릿해졌다.
내가 애써 지키려고 한 신앙, 가족과의 시간.
이 모든 것들은 몇천억짜리 Project와, 시도 때도 없이 출장 오는 발주처, 파트너들 앞에서
지금은 응당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정신을 차리기 전까진.
프리랜서이자, 사업 성향의 이 일은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들을 지키기에 가장 완벽한 조건으로 보였다.
앞서 질문에 위와 같이 대답한다면, 업계에 좀 익숙한 사람은 금세 냉소를 지을 것이다.
그만큼 헤드헌팅 시장은 레드오션이고, 적자생존의 비즈니스는 치열하다.
아마 나도, 당시 한국에 있었다면,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었다면 조금은 다른 선택을 했을지 모른다.
당시에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맹목적인 믿음으로 넘겼던,
서치펌 대표들의 조언들이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자신의 선택에는 그만큼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월급, 사회적인 지위나 주위의 시선, 선택 시 실패 리스크...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입니다.
건투를 빕니다. -헤드헌팅 책 출간 저자, 이메일 문의 시-
헤드헌터 개인별 연간 수입이 1억 원 이상되는 헤드헌터들은 5%도 안됩니다.
그리고 헤드헌터 실적은 고정적이지 않으며 매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절대로 젊은 나이에, 그것도 00에 계시면서 오셔서는 안됩니다.
이것을 대충 언급하는 회사는 정말 아닌 곳입니다. -대형 서치펌 대표, 이메일 문의 시-
서두에 언급한 질문만큼 많이 받는 질문이다.
언제까지 이 일을 할진 모르지만, 내 대답은 '전혀'이다.
강의 때 항상 언급하는 것처럼.
스티브 잡스의 Connected Dot.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성, 융합처럼.
결국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룰 것을 믿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