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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May 29. 2017

그럴 나이

모든 게 그대로라 말하고 싶지만, 많은 게 변했다.





사람은 저마다 처음인 삶을 살아간다. 때문에 인간이 헤아릴 수 있는 한정된 역사 속에 고작 몇 년의 시간을 먼저 걸었다는 이유로 타인의 삶을 우습게 볼 수도 도 넘은 간섭을 할 수도 없다. 세상은 변하고 그때에 가능했던 것들은 그때에 존재하며 몇십 년을 더 살았다는 그들 조차 17년의 5월 29일은 처음일 테니까.



나 역시 오늘을 처음 살아본다. 그래서 혼란스럽다. 몇 년 전에는 괜찮았던 것들이 지금은 그렇지 않고, 그때에는 하지 않아도 됐던 것들을 지금은 반드시 해야 하고. 틀에 맞춰 살지 않겠다 다짐해놓고 누구보다 틀에 맞추려 하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 Copyright 2015. 동경(insta@id1992) all rights reserved. [미국/뉴욕]




고작 3년이다. 어디에 가도 어리다는 이야기를 듣고 때로는 내 노력이 ‘그럴 나이’니까 당연한 일이 되었음에 번득 화가 나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그럴 나이’는 아니라고 한다. 아니, 실은 스스로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이나 지금이나 내 모든 건 그대로라 말하고 싶지만, 많은 게 변했다. 언제부터인가 여행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들뜨거나 내가 그곳에 존재하는 상상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어쩌면 일부러 안 본 걸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흥밋거리는 전처럼 생기지 않고 무언가를 계획할 때 리스크를 먼저 생각하곤 한다.



요즘은 기분이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롤러코스터를 탄다. 생각은 혼자 하고 대화는 같이하는 거니까. 혼자 한 생각을 지인들과 나누다 내린 결론은 결국 이 모든 이유는 '나이'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안정적인 것을 추구해야 할 나이고 누군가에겐 좀 더 자유로워도 될 나이고 누군가에겐 꿈이 있어야 할 나이지만 누군가에겐 꿈을 찾을 수 있는 나이라서 나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부서진다.




▲ Copyright 2015. 동경(insta@id1992) all rights reserved. [미국/뉴욕]





그래, 나는 지금 '그럴 나이'다. 흔들린 만큼 단단해지거나 부서지다 생겨 버린 부스러기들을 온전히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그럴 나이'. 내가 살아갈 사회의 눈치를 보지 않기엔 연로하고, 얽매여 있기엔 어려서 방황할 나이. 비슷한 삶을 살던 학창 시절 친구들이 어느새 어른이 되어 저마다의 삶을 찾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머릿속이 소란해질 나이.



‘나이 생각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던 그때에 존재하던 나는 온데간데없고 ‘어찌 됐든 한국 사회에서 나이를 무시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하고 합리화하는 지금의 나는 평생 해마다 바뀌는 '그럴 나이'에 맞는 하루하루를 보내겠지만, 어찌 됐든 나는 지금도 '그럴 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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