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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경 Mar 12. 2018

마음의 일기

2018.03.11 출간 그 후


2018. 03. 11






D+거진 세 달. 출간이 되고 나면 이유 없이 정신없던 마음이 안정될 줄 알았으나, 모든 걸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게 되어버린 정보의 바닷속에서 나는 열심히도 허우적거렸다. 온, 오프라인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하루의 시작은 책의 순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더불어 관련한 후기들을 읽고 또 읽었다.



겉으론 아닌 척, 지인들의 축하에 무거웠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양 후련하다는 듯이 이제야 좀 숨통이 트인다고 초연하게 대답했지만 사실 나는 출간 전보다 오히려 신경이 꽤나 곤두서 있었다. 리뷰어들의 말 한마디에 감사와 안도 그리고 때때로 분노(말고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다.) 가 밀물과 썰물처럼 치밀기도, 인터넷 서점 순위 속 내 위아래에 있는 책들이 언제 또 순서를 바꿔놓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덜컥 들 때마다 빠짐없이 불안해하느라 오랜 체증을 밀어낸 기쁨을 온전히 느낄 수 없었다.





현동경 여행에세이 <기억이 머무는 밤>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책이 세상에 나오면 많은 게 달라질 줄 알았다. 일전에 독립출판 이력은  있었으나 '교 x문고에 있어?' 하는 물음에 '응' 하고 답할 수 있는 내 기준의 "책"을 낸 건 처음이라, 나름의 작가 부심도 생기고 어깨도 좀 으쓱대고 그럴 줄 알았는데 현실은 매 달 겁과 살이 늘어나는, 매주 월요 보고가 끔찍이도 싫은 직장인 생활 그대로. 아, 팀장님이나 대표님이 앞장서 우리 직원이 어쩌고 하며 자랑해주실 때 민망함은 나의 몫으로 감수하는 모습이 새로이 생기긴 했다.




하여간에 세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다행히(?) 이제는 또 다른 일상들로 하여금 실시간 순위를 붙잡고 있을 시간이 없어 반 강제로 외면할 수밖에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아직도 SNS 피드에 누군가의 신간 소식이 올라올 때면 적당한 위기감을 느끼곤 한다. 그러면 또다시 나도 뭔갈 해야 하나? 싶지만 일단은 조금씩 봄이 오고 있으니까, 얼마 전부터 맛들린 쓰달쓰달 아인슈페너 맛집도 좀 찾아다니고 캘리포니아를 제패하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댄스댄스에 힘을 먼저 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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