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게 웃으며 그 꽃을 받았어야 했다.
뒤늦은 변명을 하자면,
그때 나는 어렸고
대낮의 길거리가 부끄러웠고
특별한 날도 아닌데 꽃을 받는 건 처음이었고
그 꽃이 나에 대한 호감의 표시라는 게 느닷없었다.
수줍게 건네는 장미꽃 한 송이를 보는 순간
꽃을 주는 그 마음이 고맙고 또 낯설었다.
나는 웃으며 정말 고맙다 인사하고는, 꽃을 들고 다니는 건 좀 부끄러우니 가방에 넣겠다 하고, 그 아이가 보는 앞에서 꽃을 가방에 집어넣고 지퍼를 닫았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같이 밥을 먹으러 갔던가...
스무 살의 나는, 스무 살의 그 아이가 건네는 꽃을 환하게 웃으며 받았어야 했다.
고맙고 기쁜 마음을 온전히 다 표현했어야 했다.
환한 대낮의 길거리에서 그보다 더 환한 꽃을 손에 들고 재잘거리며 한참을 걸어다녔어야 했다.
다른 사람에게 받는 호의를 오롯이 누렸어야 했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이 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작은 내 마음에 대해 미안해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참 좋았겠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미숙한 나 때문에 다쳤을지도 모를 그때 그 아이의 수줍은 마음을 토닥여줄 수 있다면
소심하고 어린 그때의 나에게 꽃 한 송이 받아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