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빗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해도
내렸던 사실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때
수많은 빗줄기를 이끌었던 처음의 처음일 수도 있고
수많은 빗줄기들의 마지막의 마지막일 수도 있다
생명을 살리는 단비일 수도 있고
누군가를 주저앉게 만드는 절망일 수도 있다
뜨거운 눈물을 가려주는 우연한 배려일 수도 있고
밤새 잠 못 드는 이의 낯선 벗일 수도 있다
혹여
의미 부여가 허락되지 않는다 해도
한줄기 빗물만큼 온몸으로 내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