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by 풍경달다


자주 게으르고 가끔씩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던 나에게

대부분 비겁했지만 한번씩은 분노하고 화도 냈던 나에게

잔병치레는 했지만 큰 병은 걸리지 않았던 나에게

가만히 있는 걸 제일 좋아하지만 귀찮음을 무릅쓰고 여행도 갔던 나에게

재주가 뛰어나진 않지만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지 않은 나에게

인상 쓰는 일이 더 많지만 좋은 사람들에게는 웃음을 아끼지 않았던 나에게

여전히 하늘 보는 걸 좋아하고 달 보는 걸 잊지 않은 나에게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다는 소리를 듣지만 동물 농장 보면서 혼자 눈물 흘리는 나에게

TV 보는 걸 좋아하지만 책도 한번씩 읽었던 나에게

잘 한 일보다 잘못한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덜 자책하는 나에게

당신이랑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자꾸자꾸 생각나는 나에게

올 한해도 이만하면 잘 지냈다고, 고생 많았고 참 대견하다고

박수 짝짝짝

머리 쓰담쓰담

어깨 토닥토닥

내가 나에게 선물해도 괜찮은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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