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지 않는 방
프롤로그

불이 켜지지 않는 방에 불을 켜기에 앞서.

by 올리브유


불이 켜지지 않는 방에 불을 켜기에 앞서 .



아무리 해가 비쳐도 빛이 들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아무리 불을 켜도 불이 켜지지 않는 방들이 있었다. 그 불꺼진 방의 어둠 속에서 나는 외로웠고 또 외로웠다. 아침이 두려웠고 빛이 싫었다. 어둠의 벽을 손으로 더듬으며 가까스로 잠에서 깨어나면 기다리는 것은 내 것이 될 수 없었던 새벽빛. 그 어슴푸레한 빛을 멀리서 바라보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가를 생각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 시절은 모두 지나갔다. 나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예쁜 딸을 가진 엄마가 되었다. 나를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자상하고 따듯한 남편과 제비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며 밥을 먹는 딸을 위해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아침. 그 아침의 빛은 고스란히 내 것이 되었다.

아이가 잠든 틈을 쪼개 진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려마시며 책상 앞에 앉았다. 모든 것이 지나갔지만, 또한 내 안에 남아있다. 내 안에 남아 어둠 속에 고요히, 아스라히, 꺼져가는 등불처럼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그 빛을 잊을 수도, 잃고 싶지도 않다. 불이 켜지지 않던 그 방들의 어둠 속에서 가장 빛나는 존재는 바로 나였음을, 이제서야 가까스로 깨닫는다.

엄마가 된 후로 나 자신을 잃을 때가 많다. 하루종일 육아에 가사일에 파묻혀 내 얼굴, 내 눈을 제대로 한 번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잠이 드는 날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나에게 브런치를 소개했다. 남편과 딸을 위한 24시간 중 딱 한시간만 너를 위해 쓰라고. 마치 브런치 하듯이.

오전의 상쾌한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는 아닐 것이다. 오후로 가는 햇살을 받으며 거리의 풍경을 느끼며 혀끝으로 느끼는 와플의 달콤함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나의 브런치는 아이가 잠든 틈을 타 얼른 방으로 뛰어 들어와 황급히 컴퓨터를 켜거나, 우는 아이들 달래기 위해 아이를 업고 재우며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는, 그런 브런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브런치가 나에게 얼마나 달콤한 꿈일지를, 이 브런치가 나의 인생을 얼마나 빛나게 비춰줄 지를.

브런치를 하며, 나는 나의 지난 이야기를 쓰려 한다.
시골에서 자란 한 여자아이가 작가라는 꿈을 갖게 된 이야기
그 꿈을 좇으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걸었던 길들에 대한 이야기
그 꿈을 이루지 못해 괴로워했던 스무살 언저리의 이야기
그리고 세상 풍파에 부딪혀 삶을 포기하려 했던 서른살 언저리의 이야기
삶의 고비 고비를 넘어 이제 작은 언덕에 올라, 살며시 웃음을 지어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희망에 대한 이야기

브런치하고 있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