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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유 Apr 21. 2016

아침, 수안의 말

보석 보관함

"어? 기린이네?"


비가 온 탓일까.

아침 9시가 돼서야 눈을 뜨는 나의 딸 아이 수안이.

7시부터 눈을 떴지만

아이의 잠을 깨우기 싫어

이불 속에 누워 한참을 바라보았다.

둥근 이마

귀여운 볼따구

빨간 입술

섬세한 콧구멍

아무리 봐도 이쁜 구석이 없어야 하는데

내 눈엔 세상 그 어떤 것으로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이쁘다

이뻐 죽겠다

한참을 넉 놓고 바라본다.

한참을

넋 놓고.

또 한참을.

그렇게 10분 20분 30분이 지나고

시간이 멈춘 것처럼 정지된 영상 속에 내가 들어가 누워 있다.


그러다 아이가 꿈틀댄다.

손을 꼼지락 거리고 고개도 이리저리 흔들더니

발과 손을 쭉 벋어 기지개를 편다

그리고 눈을 뜬다.

저를 바라보고 있는 내 눈을 보더니


"엄마다."


그리고서는 다시 뒤척뒤척이다가

창문 새로 아침 햇살이 들어오는 걸 보더니


내가 매일 자장가로 불러주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아침이 눈 앞에 다가올 때까지"

아이를 안아 무릎에 앉히고 꼭 안아준다.

사랑해, 사랑해,

엄마는 이 세상에서 수안이를 제일 사랑해.


가만히 힘을 빼고 내 품에 안겨 있는 아이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행복할 것이다.


눈을 뜨면 엄마가 자신을 한없이 사랑한다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고

따듯한 품으로 꼭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하니.


비록 이 세상,

엄마 품처럼 따듯하고 편안하고 아무 걱정 없는 곳은 아니지만,

이렇게 내 품속에 있는 몇년간 만이라도

한없이 행복하기를 바래본다.


일어난 딸 아이가

벽에 붙어있는 동물 그림을 보더니

그 중 기린을 보고 그런다.


기린이다.

이제 문장을 구사하며

제법 말을 할 줄 알게 된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이 신기하다.

모든 것이 신기하고 좋은가보다.


기린, 기린, 기린.

내가 기린을 좋아해서인가.

아이도 기린을 좋아하는 것 같다.


아이는 엄마의 모든 것을 느끼고 알고 흡수하니까.


아마도 수안이의 기린은 나의 기린일 것이다.


고마운 인연 감사한 인연 달콤맘님 덕분에

아이의 어록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했다.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보석같은 말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순간들을

이곳에 기록으로 남기려한다.


이 시간들이

나와 아이에게

둘도 없는 행복한 시간이 돼 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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