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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브유 Oct 10. 2016

세상의 모든 처음(2)

(2) 혼자서 해야만 하는 것

딸은 그렇게 변기를 붙잡고 또 하나의 ‘처음’과 씨름 중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고 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느림보 내 딸. 처음으로 변기에 앉아 똥을 누어야 하는 아이의 심정을 헤아려봤다. 책상 다리를 붙잡고 서서 응가를 하던 아이가 변기에 앉아서 아랫배에 힘을 주는 방법을 알 도리가 없다. 내가 대신 힘을 줘 줄 수도 없기에 힘을 주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게~’라고 밖에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다른 모든 것은 대신 해 줄 수가 있지만, 응가하기 만큼은 대신 해 줄 수가 없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해야만 하는 일을 맞닥뜨린 아이는 대변가리기라는 큰 산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엉엉 울고 있다. 하지만 결국 아이는 혼자서 그 산을 넘어야만 한다. 그리고 넘을 것이다.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는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에는 혼자서 응가 하는 법을 터득할 것이다. 그리고 알게 될 것이다. 혼자서 해야만 한다는 것의 의미를.
세상의 모든 처음을 마주치는 일이란 이런 일일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커다란 벽 앞에 선 것처럼 당황해 식은땀이 나고 두려움에 어깨가 움츠러들 것이다.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까 수백 번 고민하게 될 것이다.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처럼 막막해 도망치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용기가 솟아나 두 주먹을 불끈 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 ‘처음’이라는 산을 혼자 힘으로 넘게 되면 등에서 날개가 돋는 것 같은 성취감과 행복감을 맛볼 것이다. 스스로가 참 씩씩하고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도, 한 뼘쯤 더 성장한 것 같은 느낌도. 내가 처음 엄마가 돼 딸을 낳아 기르며 맞닥뜨렸던 그 모든 ‘처음’의 순간을 통해 한 뼘 더 자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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