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의 모든 처음
요즘 한창 기저귀 떼기 훈련 중인 세 살 난 딸아이가 아기 변기 앞에서 울고 있다. 얼굴이 토마토처럼 빨개져서는 다리를 비비 꼬며 쩔쩔 맨다.
“엉엉. 엄마 응가 마려워. 수안이 응가 마려워.”
아이는 배변 훈련을 시작한 후 이틀 째 전혀 대변을 못 보고 있다. 매번 책상 다리를 붙잡고 서서 기저귀에 응가를 하던 터라 변기 위에 앉아서는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지 도통 모르겠나보다. 우왕좌왕 발을 동동 구르며 우는 아이를 보니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수안아, 엄마가 말했지? 응가가 마려울 때에는 아기 변기에 앉아서 ‘이렇게~’ 힘을 주면 응가가 나오는 거야. 자, 엄마 봐봐. ‘이렇게~’!”
도와주고 싶지만 ‘이렇게~’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나는 딸을 억지로 변기에 앉혀 두 손을 꼭 붙잡고 잡은 손에 힘을 줘 본다. 하지만 아이는 “싫어 싫어. 기저귀 주세요!”하고 더욱 완강히 배변을 거부한다.
“엄마가 대신 응가 해 주세요. 수안이 응가 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급하면 팬티에라도 싸면 되겠는데, 그러기에 딸은 너무 많이 자라 어느새 부끄러움을 아는 자존심 센 여자아이가 돼 있었다. 나는 우는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엄마가 도와주고 싶지만 응가 하는 것만큼은 대신 해 줄 수가 없어. 응가는 수안이가 혼자 해야만 하는 거야.”
“수안이가 혼자?”
“응. 혼자 해야만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