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지 않는 방

2. 가슴검은도요새의 눈물

by 올리브유

2. 가슴검은도요새의 눈물


스물 넷에서 스물 아홉이 되기까지 6년 동안 나는 열두 번의 이사를 했다. 스물 넷에 두 번, 스물 다섯에 다섯 번, 스물 여섯에 두 번, 스물 일곱에 세 번, 그리고 마지막 스물 아홉에 한 번의 이사를. 방에서 방으로 짐을 바리바라 싸들고 옮겨 다니던 그 시절, 나는 쫓기는 사람처럼, 밤을 틈타 숨어들어야 하는 사람처럼, 그래, 마치 집 없는 밤 고양이처럼 잘 곳 쉴 곳을 찾아 헤매야했다. 아무리 불을 켜도 불이 켜지지 않던 그 방들, 그 안에서 나는 혼자였다. 양말이며 알람시계, 사과를 깎을 때 쓰던 낡은 플라스틱 쟁반, 때가 누렇게 벤 싸구려 반찬통 같은 남루한 살림살이들이 박스 안에 두서없이 엉긴 채 웅크려앉은 나를 지켜보았다. 나는 마치 이상한 일에 휩쓸린 듯 내 삶이 아닌 삶을 살았다. 그 방에서 나는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다. 어색하게 웃었고 곧잘 이상한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으며, 정신을 차려보면 낯선 곳에 가 있었다. 나는 멈춰서있었지만, 실은 끝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고통을 이기려 여기저기 부딪혀 생채기를 만들었다. 차라리 막다른 골목에라도 부딪혀 멈추고 싶은 악몽이었다.

그 방에서 나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날개 꺾인 채 피 흘리며 할딱이는 것을 보았다. 뼈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상처는 깊었다. 너무 깊은 상처였지만 돌볼 수가 없었다. 상처는 벌어진 채로 몇 번의 겨울을 지났다. 겨울을 지나는 새, 상처는 덧나고 또 덧나 아물지 못한 모습 그대로 새의 일부가 되었다.

작가의 이전글불이 켜지지 않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