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켜지지 않는 방

3.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귀를 막아봐도

by 올리브유

3.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귀를 막아봐도

그 날들은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때에 찾아왔다. 나는 언제나 현재를 살아갈 수 있을 뿐 훗날 그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게 될지는 전혀 알 수가 없으므로, 천진난만하게 그 순간들을 맞이하고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 순간들은 마치 "너는 그 때 인생의 몇 페이지 쯤, 굉장히 중요한 플롯포인트를 마주했던 것인데 그 선택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나?"하고 조소하듯 묻곤 했다. 나는 쭈뼛쭈뼛,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으로 손을 내저으며 "그땐 이럴 줄 몰랐어요. 전 정말 몰랐어요. 그때 그렇게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제 인생은 달라졌을까요?"하고 답했고, 그럼 또 다시 그 순간의 기억들은 나를 비웃었다.

"넌 그때 인생 최대의 실수를 했어. 넌 최악의 결정을 내렸고 지금의 이 고통은 너의 어처구니없는 어리석은 선택에 대한 대가야! 이제 끝이야. 돌이킬 수 없어. 넌 되돌아갈 수 없고, 오로지 앞으로 나갈 수만 있어. 자, 또 선택해봐. 이번에 넌 무슨 선택을 할거냐?"

과거의 유령같은 목소리는 자꾸만 나를 다그쳤다.

"되돌아갈 수도, 앞으로 나갈 수도 없는데 뭐 어쩌라고요?"

아무리 불을 켜도 불이 켜지지 않았던 열 두개의 방 장판 위에 누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지나온 방들의 어둠을 되돌아보며 이불을 뒤집어 쓰는 일 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불이 켜지지 않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