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에 물주기

안양천 #1

출근길을 서둘러 안양천을 잠시 다녀온 건 잘한 일 같아.

가는 길에 가마우지 한 마리 보았고

주말에 베어 둔 코스모스가 단내를 풍기고 있던 걸 마음껏 맡았지.

마침, 잔잔히 흐르는 안양천에 (남은) 마음도 훌훌 띄워 보냈지.

회사로 향하는 길에 눈이 부셔 왼손을 이마에 대니 옷깃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옅은 갈색이라 마음에 들었어.

그때 문득 생각난 거야.


'채송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오래 전 기억이라도 생각난 듯 바삐 걸어가 보니 누구도 별 관심이 없는 듯 그 자리에 잘 있더군.

솜털 같은 씨방이 달린 걸 보니 이제야 씨앗이 영그는 중인가봐.

잘 보아 두었다가 채종을 해야지.

그리곤 내 마음 밭에 뿌려 두어야지.


아,

그 전에 시원한 밀크티로 마음 좀 충분히 적시기로...




여느 때보다 한산하다 싶었더니 목요일이었다.

노트를 꺼내어 살펴 보니 두어 개 끄적꺼려 둔 글이 있다. 그리고 이 그림.

덕분에,
6월은 이름 모를 풀들이 자기 생(生)을 마무리 짓는 시기였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앞의 채송화도 누구도 알아 주지 않는 가운데
다음 생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 풀 또한 그랬다.

모든 피사체가 아름답지만

그렇다고

모든 피사체를 담아 두지는 않는다.

그날, 가던 길을 멈추어 다시 돌아와
이만큼 잘라내어 사무실로 왔다.

서둘러 종이를 펴고

막 떠오른 생각을 그려내었다.


FLY TO THE MOON


마녀 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고양이 '지지'가 도와 주었다.


잠시나마 지난 추억에 빠져본다.
오늘은 목요일이니까.

그런데,
지난 날에 비해
나는 어디만큼 날아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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