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속이는 일이란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두근거리는 마음은 아파도 이젠 그대를 몰라요
비 온다 하는 소리를 듣고
서둘러 우산을 들고 나선 출근길.
말 그대로 가을비.
그냥 맞자니 너무 쓸쓸하고,
우산을 쓰자니
비가 오는지 일부러 귀 기울여 봐야 들릴 정도로
갸냘프다.
이래서야 비라고 할 수 있나?
요새 한 동안 심한 몸살을 앓았다.
그럴 리 없으리라, 절대 그런 감정이 아니라며 자신하던 감정이었는데.
오늘 가을비처럼 소리도 없이 촉촉히 젖어 들었던 모양이었는지 돌이켜보니 어느새 내 마음 깊숙한 곳까지 파고 들어 있었다.
때를 놓친 뒤의 깨달음은 마음에 커다란 생채기를 남기게 된다.
다만, 이제는 그러했던 내 마음을 스스로 용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아무렴.
가을비는 오전 중에라도 그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