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 풍속도
○○들이 게으른 걸 잘 참지 못하는 탓에 내 별명은 어느새 내 이름,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어떠한 상황에 버럭하면서 "나, 누군지 몰라? 나 이○○이야!!!!"하면 어느 때부터인지는 몰라도 내 안에 엔도르핀이 도는 모양인지 때로는 분출구로 삼는 때도 더러 있다.
안다. 나이값 못하는 줄.
내 안에 스스로 세워 놓은 잣대가 나에게도 무서운 잣대임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는 그도 저도 나도 누구랄 것 없이 마음 속 깊은 상처가 남는다.
상황이 그리 된 다음에야 마음 속으로 후회한 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재를 받아야만 하는 이들은 다음 날로 미루거나 나를 건너 뛰거나 내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내 책상 위에 살짝 두고 가기도 한다.
흔히 폭풍 전야라는 표현을 쓰지만 폭풍 후의 고요함도 만만치 않다.
어제가 또 그랬다.
강렬한 폭풍이 이틀 내리 불어 닥친 어제의 사무실.
눈치가 빤한 직원들이 반경 2미터 근처를 닿지 않으려 한다.
속이 상할 대로 상한 나 역시, 밥도 거른 채 오후를 맞았다.
하릴없이 이러한 방법으로나마 나를 죽이는(잠재우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폭주는 옳지 않으므로.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치고 몸도 기력을 잃었다.
두 세 끼 정도를 거른 정도로...이리 약해 빠진 나.
오후 3시.
그렇지 않아도 오후 3시의 고단함이란.
(문득 인기척을 느껴보니) 직원 하나가 결재를 받으려 한다.
어떠한 내용이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데 결재를 받은 뒤에 그 친구가 이야기가 생각난다.
"훈제 달걀이 있는데 하나 갖다 드릴까요?"
"응?"
"엄마가 해 주신 훈제란이 있는데 하나 갖다 드릴게요."
'아. 그 귀한 걸.'
그 댁에서 이 직원을 얼마나 아끼는지 그간의 일들을 통해 알고 있는데...(나, 비록 버럭 이○○이긴 해도 그리 나쁜 놈은 아니다)
사진은 짧은 대화 끝에 직원이 놓아 두고 간 훈제란이다.
사진을 찍고 보니 '새 알'이다.
새new도 되고
새bird도 된다.
김춘수 선생이 이름을 부르면 꽃이 된다 했으니 이 새를 어찌 읽을까?
어느새 옅은 미소가 지어지는 어제 오후 3시 경이었다.
※두번째 사진은 그 직원을 닮은 어린아이인데 요 며칠 전부터 시청하던 드라마를 보다가 캡쳐해 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