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의 재탄생
대저, 한 집안의 며느리는 대대로 내려오는 가풍을 익히고 몸소 실천하여 자기 대(代)가 되어서는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일 텐데, 가난'한' 집안의 며느리는 이런 것들은 고사하고 하루 하루의 삶이 퍽퍽할 뿐이었다. 참외로 유명한 성주에 그러한 며느리의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쟤~"
"네, 어머니."
"미안하구나."
"아니에요, 어머니."
"쟤~, 아닌 게 아니라, 미안하구나. 없는 살림에 시집 와서 고생이 너무 많구나."
그러했다.
수자리 살러 간, 남편과 시아버지도 연락이 닿지 않은 지, 여러 해.
궁벽한 산골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둘이서 살아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늘도 끼니를 어떻게 떼워야 할까?
빈 솥을 걸어 둔 보강지에 청솔가지를 넣었다.
푸른 연기가 가득했다.
이렇게 하면 밥 짓는 연기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밥도 못 해 먹이는 집안이고 손가락질 당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고 아가."
"어머니, 들어가 계세요. 조금 이따가 이걸('고령토'를 말함.) 좀 개어 가지고 들어갈게요."
"오냐, 오냐."
"어머니, 어머니!"
정주에서 들려온 며느리의 다급한 목소리에 시어머니가 문을 열어 젖혔다.
"무슨 일이냐?"
서둘러 나가 본 정주에는, 아니 솥단지 위에는 시꺼먼 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돈 꾸러미였다.
"이... 이게, 이게 어쩐 일인냐?"
"저도 잘 모르겠어요. 흙을 좀 가져오는 사이에... 이게 놓여져 있었어요."
"모를 일이구나. 이 깊은 산골에 쉽게 다녀갈 사람도 없고..."
"우선, 그대로 놓아 보자. 누군가 주인장이 나타나겠지."
"그래요, 어머니. 추운데 어서 들어가셔요."
"어머니..."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놀란 채로 서 있었다.
정줏간에는 어제의 꾸러미가 두 개로 늘어나 있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꾸러미가 차곡 차곡 늘어났다.
"안 되겠구나. 이래서야."
"네. 어머니. 무서워요."
"그래... 이대로는 안 되겠다."
둘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자정 무렵이 되어 달이 훤해지자,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
"오냐, 나도 일어났다."
그때였다. 정줏간에 바스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둘은 창호지에 미리 뚫어 둔 구멍에 눈을 갖다댔다.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