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
내가 처음 글쓰기를 의식적으로 만났던 건 초등학교 4학년 때였다. 엄마는 나를 YWCA에서 하는 글쓰기 수업에 등록해 주셨다. 일주일에 한 번 총 4번에 걸쳐서 글을 써보는 훈련을 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지금은 흔하게 사용하고 있는 마인드맵을 활용해서 글감을 뻗어나가는 방법을 사용해 살을 붙여서 글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난 그 수업에 완벽하게 몰입했고, 크게 칭찬을 받으며 수료하였다.
그 후로 학교에서 하는 독후감 대회에서 여러 번 상을 받으며 장래 희망에 "작가"라는 꿈을 적어보기도 했다. 하물며 난 글쓰기 특수반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글쓰기 특수반이라는 곳은 어떠한 분위기 때문에 급조되었던 것 같다. 만들어지면서 한두 번의 모임이 있었고, 바로 해체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곳에서 한 것은 하나도 생각이 나질 않고, 담당 선생님의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과 몸짓만이 생각이 난다. 아마도 담당 선생님이라는 분은 이런 걸 맡아서 해본 경험이 없으셨던 것 같다. 그렇게 초등학교 시절의 나의 "작가"의 꿈은 자연스럽게 잊혀져갔다.
중학교 때는 역시 교환일기가 나의 글쓰기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닥 친하지 않았던 친구였는데, 그 당시 짝사랑 하는 상대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으로 시작해서 교환일기가 시작되었다. 1학년 말쯤에 시작해서 학년이 바뀌고 반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번 쉬는 시간마다 교환일기를 써댔고, 또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흐지부지 해졌다. 참 신기한 건 그 친구의 이름조차 이거였나 저거였나 확실치 않은데, 글씨체와 얼굴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항상 내가 쓴 글을 읽고 난 후의 그 친구의 표정을 살폈던가 보다. 교환일기는 나에게는 없다. 이건 나의 기억의 오류일 수도 있는데, 마지막 그 친구와의 기억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아마 그거 필요 없다고 매몰차게 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는 난 나름 인기 작가였다. 장난으로 쓰기 시작한 소설이 나름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서 돌려보게 되는, 그리고 매번 한 단락을 쓸 때마다 기다리는 친구들이 생기는 그런 글쓰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나름 소설의 구성은 탄탄했다. 소설의 등장인물 각각의 시점으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었다. 각 챕터당 한 사건으로 연결되는 장면이 있었고, 그 이면에 숨겨진 등장인물의 속마음과 주변 상황들을 적어내려 갔다. 그 당시 국어시간에 소설의 시점에 대해 공부했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름 배웠던 내용을 활용했었는데, 요즘 많이 보이는 옴니버스 형식이랑 비슷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아니면 내가 어릴 적 인형놀이에서 많이 등장했던 이름을 주인공의 이름으로 사용했고, 나름 내가 아는 한에서 최대한 사치스럽게 글을 썼다. 꽤나 인기 있었던 그 소설은 모의고사와 내신대비로 인하여 잠정적으로 연재를 중단하고 결국 마무리 짓지 못하였다.
이후 이렇다 할 글쓰기는 없었다. 20대 때 내가 한 거라곤 머릿속을 쑤셔대며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생각들을 고대로 적어보는 것뿐이었고, 대학을 다니며(그것도 이공계열) 써야 하는 글들은 논리에 기반한 리포트가 전부였고, 연구소에 취직한 나는 바쁜 회사생활을 하며 글을 쓰는 법 조차 잊으며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문득문득 올라오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큰 힘을 주었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내 감정들을 조금씩 써 내려가고 있었다.
난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글을 쓰는 재주가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단지, 스스로 내 감정을 글로 표현했을 때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정도. 딱 그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난 내 감정을 글로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며 나 스스로도 괜찮네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연습을 시작해보려고 한다.
의미 없는 숫자의 조합처럼 보이지만 하루가 모여 한 달이 되고 사계절이 지나면 열두 달이 되어 일 년이 채워진다는 의미로 만들어 보았다. 이 모든 시간 나의 감정을 글로 적고 연습하다 보면, 내 글쓰기 인생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의 : 연습글들이 쓰여질 예정이라 많이 부끄러울 예정.
기대 : 성장의 모습을 순서대로 볼 수 있음(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