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는 삶의 전환과정
3월 말이면 우리 집 앞 공터에 많은 사람들이 장비를 들고 모인다. 작년에 왔던 사람, 지나가던 동네사람, 우연히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와서 냉이를 캐간다. 그때를 놓치면 냉이는 하얗게 꽃을 피운다. 미처 자라지 못한 냉이였거나, 너무 몸집이 커서 질겨보여 캐가지 않을 법한 냉이들이 남아 꽃을 피운다.
요즘엔 꽃시장에서도 냉이꽃을 판단다. 비싸지는 않겠지만 나도 꽃시장에 간 기분으로 냉이꽃을 한 아름 안아본다. 뿌리째 뽑히는 냉이의 냄새가 향긋하다. 나는 왜 지천에 깔린 냉이를 캐다가 나물도 해 먹지 않고, 된장찌개도 해 먹지 않는가.
물론 내가 게을러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냥 언제든 마음먹으면 내가 다 캘 수 있다는 여유일 것이다.
잡은 고기 같은 마음인 건가? 아니면 자신이 없는 건가?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건가 정확한 내 마음은 모르겠다.
단지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그다지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뿐일 것이다. 확실한 건 내가 행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의 인생에 이러한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본다. 나에게 주어진 것들 중 너무 익숙해서, 또는 너무 쉬워 보여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않은 것들…
막상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없을 것 같아서 두려운 건지, 너무 쉽게 생각해서 시도조차 않는 건지.. 모를 것들.. 결국 생각 끝엔 시뮬레이션조차 돌려보지 않은 눈앞에 많은 것들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난 잉여인간이 싫다. 하지만 잉여인간의 잣대는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주어진다. 내가 나 스스로 잉여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너무 싫다. 그래서 늘 하루하루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려고 노력한다. 그렇다고 갓생을 살고 있는 건 아니지만 꼭 무언가에 성취감을 느껴야 하루가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작은 성취감 그게 내 삶에 도파민이 된다. 누가 그러더라 인간의 삶이란 의미 없는 반복과 일상이 80%는 된다고. 그런데 난 100%를 의미 있게 살아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렇게 살 수는 없는 거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아주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하루하루에 의미를 두면서 쌓여가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 에너지가 비축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무언가에 손을 뻗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걸 수도 있다.
평균수명으로 보았을 때 난 이미 반을 훌쩍 넘기고 있다. 난 지금의 삶이 무척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하지만 앞으로 내가 살았던 만큼-단! 건강하게 늙어간다고 가정할 때-의 삶을 살 때는 좀 달라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 삶의 의미를 좀 더 넓게 사용해보고 싶다. 안 해보던 그 어떤 것에 도전해 보고, 늘 할 수 있는 집 앞의 냉이도 캐보는 일 같이 말이다. 물론 그럼 그만큼 청소의 횟수가 준다던가, 어딘가에선 조금 모자라지겠지만, 그런 작은 일상의 변화는 금방
적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