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존심 상해하기로 했다.
당신이 무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것에 대해 건강하지 않은 애착이 있는 것이다. 필요는 심한 결핍을 암시한다. 따라서 무언가 필요하면, 그것이 충족되기 전에는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거나 행복하지 않다.
필요는 결핍의 증거라는 말이 와닿는다. 사실 당연한 말이다. 어떤 것이 내게 없고, 없어서 내 삶에 부족과 결핍을 느낀다면, 나는 그것이 필요해지게 될 터이다. 그런데 반대로 접근하면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만약 텀블러에 결핍과 건강하지 않은 애착이 있어서 텀블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가정한다면 얼마나 자존심 상하냔 말이다.
실제로 최근에 '스탠리 텀블러'가 너무 가지고 싶었다. 몇 날 며칠을 찾아보고 색을 고민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취소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회사에 혹시라도 그 텀블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구경하기도 하고 매장에 전시되어 있는 텀블러를 만져보고 들어보기도 했다. 하루에도 수시로 문득문득 텀블러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텀블러가 거의 내 짝사랑 상대와도 같은 위치에 오른것이 아닌가. 매일 그리고 바라고 염원하는. 이것이 바로 건강하지 않은 애착이 말고 무얼까. 심지어 사무실에 비치된 일회용 종이컵으로 물을 마시며 '아 나는 스탠리 텀블러가 없어서 이렇게 물을 자주 뜨러 일어서야 하며, 시원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구나. 나는 스탠리 텀블러가 없어서 하루에 물을 일정량 이상 마시지 못하는구나.' 생각했다. 이것이 삶의 결핍이 아니면 무엇일까.
"따라서 무언가 필요하면, 그것이 충족되기 전에는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거나 행복하지 않다."
스탠리 텀블러를 사기 전까지는 계속 난 위와 같은 삶을 살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런 나의 모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자각하지 않는다면, 텀블러 따위에 결핍과 건강하지 않은 애착을 느끼는 나 자신의 모습에 자존심 상해하지 않는다면.
순간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지 못한 것들에 하나씩 애착과 결핍을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 내 삶은 그것이 없기 때문에 피폐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다고 해서 내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다양하고 많은 것들에 필요를 느끼게 될 것이었다.
당장 찬장을 열어 굴러다니는 텀블러를 하나 들고 출근했다. 기존의 텀블러 빨대는 잃어버린 후였지만 서랍에 항상 몇 개씩 남이 있는 빨대를 하나 꽂았더니 아주 만족스러웠다. 왜 몇 날 며칠동안 스탠리 텀블러에 대한 필요의 마음이 들끓었는지 알 수 없었다.
텀블러와 같은 물질뿐만 아니라 삶의 형태에도 이 원리가 적용된다. 최근 글을 쓰면서 많이 고민했던 부분인데, 회사를 이직해야 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계속해서 번민하고 있다. 회사 일의 힘든 점들 때문에 생각이 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일종의 매너리즘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무언가 한 번쯤 회사를 옮기고 싶다는 생각,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기인된 것 같다.
이직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상당히 답답한 감정과 함께 온전하지 않은 하루들을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결핍이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힘들다. 이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전에는 오전에 커피 한잔 마시면서 글을 쓰는 시간에도 감사하고 행복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직에 대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이직은 내가 필요로 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이직을 하게 될 운명이면 하게 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향한 계획에 이직을 정해 놓으셨으면 이직을 하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간중간 좋은 회사들의 공고가 올라온다면 지원은 하되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마음을 띄운 채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지금 다니는 회사를 평생 다녀야 한다며 우울해하지도 않을 것이다.
최근에 이직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찬양예배에 가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주님 저는 연약해서 앞길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일희일비합니다. 제 앞길을 인도하시는 주님, 저를 향한 계획이 있으신 주님, 저도 제 앞길을 알 수 있게 도와주세요. 제가 어떤 길을 나아가면 될까요?'
그랬더니 찬양 가사를 통해 이러한 답변을 주셨다. '사랑하는 네 앞길은 내가 계획했고, 또 그 길을 인도할 것이니 너는 다만 믿음으로 마음을 굳건히 하고 근심과 걱정을 하지 말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왜 우리에게 없는 것과,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앞서 갈구하고 걱정하며 괴로워하는 걸까. 이건 나의 삶을 인도하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 아닐까?
걱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쉽지 않지만 믿음으로 오늘 하루에 집중해보려 한다. 내가 가지지 못했다고 해서, 꿈꾸는 미래를 얻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하거나 낙망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으려 한다. 결핍으로 인한 건강하지 않은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 시간에 하나님께서 내가 주신 하루를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하나님 말씀을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해보려 한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마태복음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