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자연처럼 단순하고 매일 새롭게

by 황태

결혼한 지 3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태껏 제대로 된 가계부를 써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부끄럽게도 재정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 초반까지는 개인적으로 돈을 쓰기 바빴고, 중반부터는 어떻게 하면 용돈 안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에 바빴다. 가정이라는 공동체의 자산에서 나의 용돈을 분리했고, 나는 그 안에서만 걱정 없이 나만의 안식을 누리며 살았던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바람이 불었던 것인지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남편이 돈 관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무심한 사람이라 큰 흐름만 챙길게 뻔했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집요하고 구구절절 기록을 남기기 좋아하는 내가 개입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그래서 어제부터 새로운 직장에서 바뀐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어떤 예산 항목을 정해야 할 것인지, 최근에 나간 큰 지출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계속해서 고민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계부를 작성해 나가야 할지 진지하게 눈을 뜨고 들여다보았다.



이번 주 토요일에 시댁에서 집들이 겸 환갑 겸으로 우리 집으로 올라오신다. 그래서 음식도 준비하고 기타 여러 가지를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수저받침과 그릇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쿠팡으로 간편하게 주문을 했을 테지만 오늘따라 망설여졌다. 수저받침을 사봤자 괜히 청소하기만 힘든 것 아니냐며 나를 말리게 됐고 가계부의 예산 항목이 눈에 아른거렸다.


'가구를 끌고 다니는 삶은 덫을 허리띠에 단단히 묶고 인간의 운명이 걸린 험준한 땅을 지나가는 것과 같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새벽에 체기를 느껴 잠에서 깬 탓에 너무 피곤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운동을 쉬고 바로 잠에 들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요즘 유난히 배가 고파 저녁을 많이 먹은 탓에 쉬고 싶다는 생각을 단념하고 헬스장으로 갔다. 무념무상으로 운동을 하고 나오니 나른하고 나태했던 마음 가짐에서 벗어나 산뜻한 기분이 됐다.


샤워를 하고 찝찝한 상태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어질러진 집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뿐만 아니라 어질러진 집도 치워주게 됐다.


집을 치운 뒤 서재로 들어오고 나니 어느새 나는 글을 쓰고 있었다.


'우리 자신부터 자연처럼 단순하고 건강해져 우리 이마 위에 드리운 구름을 걷어 내고 자그마한 생명력까지 우리의 숨구멍으로 흡수해야 한다. 더 이상 가난한 사람의 관리자로 남아 있지 말고 세상의 훌륭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도록 노력할 일이다.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우리는 자연처럼 단순하고 건강해져 우리 이마 위에 드리운 구름을 걷어 내고 자그마한 생명력까지 우리의 숨구멍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의 열쇠는 단순한 기점에 있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것처럼 새롭게 행동하고 나면 그 뒤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된다. 중요한 점은 그저 매일 새롭고도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중국 탕왕의 욕조에 이런 글이 새겨져 있었다고 한다. "매일 너 자신을 완전히 새롭게 하라. 날이면 날마다 새로워지고, 영원히 새로워져라.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



단순하게 생각했을 때 주말에 샤워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로 그날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샤워를 하고 무언가를 계획하고 행동을 한 날은 활기차게 보내는 한 편, 씻지도 않은 채 누워있는 날은 하루 종일 누워서 폐인처럼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매일 아침 우리는 새로워져야 한다. 어제 한 결심을 오늘도 다시 결심해야 하고, 어제 지킨 루틴을 오늘도 지켜야 한다. 마치 자연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채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처럼 우리도 단순하게. 그 단순한 한 가지로 우리는 세상의 훌륭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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